생산성 연구소 17. 선택의 선행조건
항상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으면 문제다. 하고 싶은 것, 말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 등등. 나는 종종 선택을 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건 대체로 가능한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서 그 중 가장 나은 선택을 하고 싶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들을 쭉 나열한다. 이런 방식이 도움이 되긴 하지만 선택지들 간의 차이가 크지 않으니 선택 자체를 미루게 되는 경향이 있다. 즉,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으니까 고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많은 선택지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선택지는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선택은 기본적으로 가능성의 영역인데, 인간은 가능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가능성은 주의 집중을 흐트러뜨리기도 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어 가능성의 세계에 가두기도 한다. 가능성은 양날의 검이기 때문에 조심히 다뤄야 한다. 따라서 나는 “선택”에는 두 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수많은 선택지 중 무엇이 가장 내게 이로운 지 아는 현명함. 둘째 단 한 가지를 골라서 집중할 수 있는 결단력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기란 매우 어렵다. 특히 현명함이란 건 가지면 가질 수록 내가 얼마나 가졌는 지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현명하다고 판단하길 주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명함은 측정할 수 없고, 준비가 되면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다.
즉, 더 중요한 건 결단력이다. 인생은 대체로 운에 좌우되기 때문에 결과에 가보지 않고 서야 이 결정이 진정으로 현명한 결정이었는지 알기 어렵다. 많은 경우에 그리 현명하지 못했더라도 결단을 내려 실천했다면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 그 이유는 세상 일의 90%는 마음먹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좋았는지 나빴는지 판단하는 건 결국 본인인데, 내가 결단을 내려 결정한 선택은 잘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니 대체로 좋은 결과로 기억된다.
여태 내가 선택을 망설였던 건 결단력이 부족했기 때문이고, 결단력이 부족했던 건 선택의 두 가지 선행 조건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선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 가능성의 세계에 도취되어 달콤한 꿈 속에서 안주해왔다. 결단을 내리는 순간 나머지 모든 가능성들은 없어지기 때문에 결단을 미뤄왔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전보다 성장했다. 이제 나는 안다. 이런 고민은 70%만 도움이 된다. 적어도 내가 뭘 할 수 있는 지 목록을 만드는 정도다. 누군지 기억은 안 나지만 계획이 70%까지 완성됐을 때 바로 실행한다는 사업가의 말을 본 적 있다. 100%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하지만 고민으로 100%를 채워선 안 된다. 그러니 고민은 70%만 하고 뭐가 됐든 지금 있는 선에서 결정을 내리는 게 정답이다.
오늘도 여러가지 중 고민하던 중 어차피 나는 한 번에 하나밖에 못한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여러 개를 동시에 할 수 있다고 믿어왔던 과거에 여러 시도에서 얻은 깨달음이다. 일단 가장 명확히 떠오르는 것부터 선택해서 실행하고 피벗을 하든, 중단하고 새롭게 시작하든 하는 게 좋다.
뽀모테일을 운영하면서 재밌는 것은 둘째 치고 잘 되든 안 되는 이것을 실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배운점은 실행하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다는 걸 느낀다. 또, 고민만 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보다 일단 엉터리라도 올려놓는 것이 최소한 포트폴리오라도 될 수 있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있다. 뽀모테일이 어느정도 시스템화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슬슬 새로운 컨텐츠를 준비할 계획이다. 줄곧 생각해온 주제고 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기에 큰 무리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