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
많은 조직, 기업, 단체, 개인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니까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 없이 임기응변이라거나 특정 인물의 입맛에 따라 굴러간다. 나는 이런 현상을 주의깊게 관찰했고 그러한 주먹구구식 운영에 큰 회의감을 느꼈었다. 그리고 나는 주먹구구식 조직에 들어가고 싶지 않고, 절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주먹구구에 대해 다른 의견을 내보고 싶다. 주먹구구의 장점이다. “어떤 조직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주먹구구식으로도 굴러간다는 뜻이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규정되어 있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정하지 않아도 조직이 작동하고, 심지어 꽤 잘되고 번성한 기업들도 있다. 그러니까 조직의 성패에 주먹구구가 절대악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 사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려고 그런 행동을 하는 걸까? 주먹구구는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인 결과일 뿐이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행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먹구구식으로 된 것이다. 그 목적은 대개 성장이나, 수익 등일 것이다. 따라서 주먹구구를 피하려고만 하다 보면 주먹구구를 불러오는 목표들 (성장이나 수익)을 시도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모든 걸 정해 놓고 시작할 수 없다. 단 하나의 단순함에 대한 정의와 규정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단순함은 핵심과 간결함이다. 핵심이 있어야 하고, 핵심만 남겨야 한다. 모든 디테일에 신경 쓰려 하면 정작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을 할 시간이 없다. 물론 역량을 갖고 있는 것 자체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 정의하고, 기록하며, 체계화 하기에 자원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차이는 그것을 정리해놓는 가보다는 필요할 때 즉각적으로 꺼내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이다.
모든 걸 정해놓고 가려 하면 단순함을 잃게 된다. 가장 근본적인 대전제나 핵심 가정만 유지한 채로 가는 편이 더 낫다. 왜냐면 그런 디테일에 신경쓰다보면 정작 핵심은 뒷전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페기와 레기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캐릭터 모양에 집착하면 정작 핵심인 컨텐츠 업로드와 팔로워 모으기는 시도하지도 못한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과 주먹 구구를 피하려는 마음 때문에 준비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주먹 구구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주먹 구구가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 가벼움이고, 역시 단순함이다. 본질을 잃지 말자. 뭔가를 추구하기 보다 뭔가를 막기 위한 노력은 기껏해야 중책이다. 오히려 리스크를 감수하고 핵심을 추구하는 편이 상책이다.
툭툭 던지고, 빠르게 수행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다시 도전하는 습관이 내겐 절실히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