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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청소부 사건

작성 2024.02.10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2023년 대학민국 지식의 요람에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연세대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 이들은 최저시급을 받고 있었고, 시간 당 임금 “400원 인상”을 요구했다. 단, 400원 말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해도 월 200만원도 벌기 어려웠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에 벌어졌다. 3명의 연세대생이 이들의 시위 행위가 학습권을 방해한다며 고소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공부하는 데 시끄럽게 하니까 학습 비용이랑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이들은 약 600만원 가량을 청구했다. 그리고 며칠 전 1심에서 연대생들은 패소했다. 법원은 청소 노동자의 모든 재판비용을 이들이 지불하도록 했다.

고소 당사자인 연대생 이동수는 에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나는 처음에는 분개했지만 관련 상황을 더 찾아봤고, 현재는 다소 중립적인 입장이다.

1)

일단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따라서 법에 따라 누구든 자유롭게 고소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심판은 사법부에서 결정한다. 악의적인 여론으로 마녀사냥을 하는 건 설령 그 대상이 파렴치한 범죄자라도 이성적인 대안은 아니다.

2)

시위가 학습에 방해가 됐다는 주장과 신경쓰이지 않았다는 주장이 교차한다. 어떤 학생들은 시위가 점심시간에 주로 이뤄져서 수업하는데 딱히 지장이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수는 직접 데시벨을 측정했고, 그것이 법적 기준을 넘어선 소음이라고 주장했다.

3)

언제나 정치와 대중이 문제다. 이번 사건에도 역시나 정치가 연류되었다. 민노총이니 전교조니 하는 것 말이다. 한 정치인은 이 시위를 이용해 유세 활동을 하기도 했다. 고소가 이뤄진 후에도 각 정치 계층은 이를 이용해 자극적인 여론을 만들어 사람들을 선동했다. 근데 그 근거가 첨예하게 대립해서 이동수를 찬성하는 측은 이동수가 전적으로 옳다고 믿게 끔 자료가 준비되어있었고,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 고소 사건 보다 이런 대중들의 행태에 더 진절머리가 나고 이것이 진정한 반 지성주의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잘 모르는 청소 노동자 다수는 정치권에 이용당하거나, 연대생에게 고소를 당해 1년 동안 참담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터넷 커뮤니티는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에타에선 뜨거운 반응이 있었다. 현재는 에타는 디시처럼 자극적이고 이상한 커뮤니티로 변질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동수는 에타에서 꽤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이것이 한 두 명만의 의견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해와 관용 그리고 공감의 가치를 너무나 등한시한다. 사회는 점점 극단화되고, 갈등은 심화되며, 이기주의는 팽배해진다. 앞서 말했듯이 고소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이게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가?

나는 약자에 대한 공감은 지식인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이동수의 언행을 보면 그의 사상을 의심해 볼 여지가 있다. 학생이 내는 등록금으로 먹고사는 청소 노동자?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공무원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것인가? 학생이 등록금을 내는 건 대학 수업과 그 제반 시설의 공유에 대한 교환이지 청소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려고 등록금을 내는 게 아니다.

청소 노동자는 월 200만원도 받지 못한다. 월급 3~400이라는 그의 주장에서 그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그가 부당함을 느꼈고, 상대가 약자니까 부당함을 느꼈어도 무조건 참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이해와 관용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일부 학생들도 “비싼 돈 주고 대학 다니는데 내가 왜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야 하냐”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 권리가 제일 중요하고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견해는 개인주의가 아니라 이기주의다.

문제는 이들은 우리나라 상위 3개 대학 중 하나인 연대생이고, 장차 사회 기득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세대와 마찬가지로 요즘 젊은 세대에게도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잘 알 것이다. 반지성주의, 공동체의 해체, 관용과 공감의 결여 등. 인간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저 성취만 바라는 대한민국 부모와 교육계의 문제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이동수는 이 집회가 미신고 집회라 불법이라며 수차례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조사 경찰은 결과 집회가 미신고 집회이지만 사업장 내 정당한 쟁의 행위 차원에서 이뤄진 정당행위로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데시벨이 허용 수치를 넘었다든가 하는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 그럼 만약에 그 앞에서 죽치고 있다가 딱 한 번이라도 수치를 넘으면 바로 고소를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가?

순항 때 1대대장님이 말했다. “우리는 인간이니까 규칙대로만 살 수는 없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그때도 어렴풋이 이해했고, 많은 일을 겪은 지금은 뼈저리게 실감한다. 이동수가 운전 중 차선을 한번이라도 어기면 그때마다 바로바로 벌금을 물게 하는 것이 이상적인 사회라 생각하는가? 그때도 “법대로 해야지.”라며 넘어갈 수 있을까? 나는 인터넷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얼마나 준법적으로 살았길래 그러는지 궁금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남들에게 엄격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 같았다.

그의 행동은 지성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만큼 멍청했다. 도대체 그런 행동이 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모교, 주변인들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나는 정말 공부에 방해가 됐어도 고소는 다시 생각해볼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내게 너무나도 불리한 싸움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불쌍한 청소 아주머니와 대가리에 똥 찬 사악한 20대 남성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결국 이동수가 패소했지 않은가?

전쟁은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돈이 있든, 국력이 강하든 명분이 중요하다. 왜 역사 속에서 군주들이 그렇게 명분을 찾는지를 생각해보자. 그들이 바보고, 그 시대가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다. 인간의 심리라는 게 그렇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고, 법이 있다고 법대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비참한 것은 이동수는 인터넷에서 온갖 악플에 시달렸다. “톱으로 얼굴 산 채로 썰어 버리고 싶다” “6개월 안에 자살하게 만들겠다.” 등. 그는 악인이 아니다. 그는 우리 사회 혐오가 얼마나 퍼져있는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혐오에 또 다른 혐오로 맞섰다.

그는 말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졸업한 이후에도 후배들도 똑같은 고통을 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이 진짜였든 아니든 그가 그렇게까지 욕을 먹을 이유는 없다. 그는 이런 악플들을 고소했지만 대부분 혐의없음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진짜 자살해야 경찰이 적극적으로 나설겠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정말 아이러니 하다. 사람들은 그보다 더한 짓을 하면서 작은 혐오에 더 큰 혐오로 대응했다. 내가 보기엔 그냥 분풀이가 필요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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