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세요?
“당신의 인생은 얼마나 행복한가요?”
로란 노드그렌 교수는 인간은 육체적, 정신적이든 강렬한 상태를 당장 경험하지 않으면 영향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그는 실험참가자에게 냉동실에 앉아 있으면 얼마나 추울지 예측해보라고 지시했다. 몇 명은 따뜻한 곳에서, 몇 명은 추운 곳에서 그 질문을 받았다. 당연히 추운 곳에 있던 참가자가 냉동실의 고통을 더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추운 곳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10분 뒤에 질문을 받은 세번째 그룹은 따뜻한 곳에 있던 그룹과 똑같이 대답했다.
이런 현상을 인식의 공백이라 한다. 사람은 시간이 지난 경험을 과소평가 하고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감각에 의존한다. 즉, 인간의 판단의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지금의 상태”라는 것이다. 이는 단지 오감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인식의 공백은 우리의 사고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50살인 광수씨에게 그동안 자신의 삶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평가한다면 그는 지난 50년을 공정하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근 1년, 어쩌면 한 달, 일주일 동안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떠올린다.
이것은 뇌가 어려운 질문을 쉬운 질문으로 교환하는 경향 때문에 벌어진다. 50년 동안 자신이 느낀 행복감을 판단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뇌는 자동적으로 50년 간 행복도를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로 바꾸어 답을 내린다. 이 과정은 매우 순식간에 벌어지고 교묘해서 당사자는 질문이 교체됐는지조차 알 수 없다. 질문이 교체된 순간 광수씨에게 과거에 자신이 얼마나 행복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은 결합 오류와 평균 회귀 때문에 행복을 부당한 방법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순간 순간 느끼는 자신의 긍정적인 감정에 주목하기 보단 그것이 다 지나고 난 후 평균으로 뒤섞여져 탁해진 기억을 간직한다. 최종적으로 그런 ‘평균적인’ 기억이 지금 내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즉각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나의 행복은 그저 그런 상태가 된다.
위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사람들이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 얼마나 비 합리적인지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추위 예측이나, 행복도 평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챘다면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합리성이 이토록 제한적이라니 말이다.)
분명 행복은 모든 것이 아니다. 하지만 무언가이긴 하다. 우리는 행복만을 위해 사는 건 아니지만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행복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그러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행복을 느끼는 건 엄연히 다르다.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평가해본 적 있는가? 그 평가가 합리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한 평가인가? 타고난 경향성에 이끌려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평가로 자신의 행복을 과대 평가하거나, 과소 평가 하고 있진 않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합리적인 평가란 무엇일까?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여기 하나의 방법이 있다. 몰입 이론의 창시자 칙센트미하이는 경험 표집이라는 연구 방법을 설계했다. 경험 표집은 임의 시간 또는 일정한 시차를 둔 신호에 따라 참가자가 자신의 행동, 상호작용, 생각, 느낌 등을 보고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이다.
Ed diener교수는 경험 표집을 이용해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했다. 행복을 측정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단지 설문지를 돌리는 게 아니라 핸드폰에 무작위적으로 알람이 울려 지금의 감정, 하고 있는 일, 누구랑 있는지 등 기록하게 한 후 표본 수집한 것이다. 연구 결과 참가자 중 절반 이상은 하루종일 불쾌한 경험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중 몇 몇 소수가 하루의 대부분을 마음고생하는 데 써서 평균을 올린다는 걸 발견했다. 즉, 고통 받는 소수가 많이 고통 받는다는 뜻이다.
이 연구는 두가지 시사점을 준다.
순간에 감정에 더 집중해봐라. 내 생각보다 나의 하루는 더 행복했을 수도 있다.
내가 고통 받는 소수라면 그 부정적 연쇄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아무리 행복을 추구해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는 평생 행복에 도달할 수 없다. 일례로 연봉 1억, 2억, 10억까지 돈을 벌어도 만족보다는 자기의 윗사람만 쳐다 보면서 열등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사람은 누구나 “나는 아닐 거야.”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들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자신의 행복을 공정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법을 배우는 건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과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