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효과 역이용
우리가 어디서 정보를 찾을 수 있는지 알 때, 그것을 기억할 가능성이 적다.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 벳시 스패로우가 이끄는 팀에 의해 구글 효과라고 불리는 기억상실증 때문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사실 자체보다는 어디서 사실을 찾을 것인지를 더 잘 기억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정보 자체보다는 정보가 저장된 파일의 이름을 기억했다. 이는 즉각적인 정보 접근에 대한 정신적 의존성을 만들어낸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구글효과란 정보가 어딘가 다른 곳에 저장될 것이라 믿으면 뇌가 해당 정보를 덜 신경쓰게 된다는 뜻이다. 즉, 우리는 정보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저장위치를 신경쓰게 된다. 이는 정보를 소유하려 하는 현상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정보 그 자체인데, 정보의 위치만 기억하고 잊어버려도 상관없다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것이다.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를 띄고 있지만 이는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원칙에 따라 행해지는 현상이다. 따라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해(이익과 해로움)가 달라질 수 있다.
현대사회는 검색 사회다. 인간의 한정적인 수명과 노력으로는 도저히 다 감당하기 어려운 무수히 많은 정보들이 인터넷에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내가 필요할 때 원하는 정보를 검색해서 찾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지 잘 아는 사람은 현대 사회에선 분명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보 자체 뿐만 아니라 더 정교하고, 더 신뢰할 수 있고, 더 전문적인 지식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 지 공부해야 한다.
언급한 것처럼 구글 효과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며, 활용 방법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나는 구글 효과를 처음 알게 됐을 땐 다소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해 의미 없이 나열하여 적어 놓기 보다는 10개를 배워도 1개는 확실하게 기억하자는 심산으로 글을 쓰곤 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는 이 전략은 구글 효과에 지배되는 것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구글 효과 자체를 이용해 이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도 있었다. 바로 구글 효과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구글 효과는 정보 자체보다 정보의 저장 공간을 기억한다는 뜻이다. 이는 부하가 많은 정보 본문보단 그것을 압축 해 놓은 저용량 파일을 기억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뇌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정보를 기억하고 싶을 때 구글효과는 방해가 될 수 있지만, 잊고 싶은 정보가 있다면 구글 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오늘 해야 할 일이 5가지가 있다. 우유도 사야 되고, 자전거도 수리해야 하며, 식당도 예약하고…등등. 만약 이것을 계속 신경 쓰지 않는다면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까먹게 되어 오늘 안에 마무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정보는 계속 기억해야 하지만 굳이 신경 쓰면서 갖고 있을 필요는 없는 정보다. 만약 오늘 할 일 목록을 만들어 적어 놓는다면 우리는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고 이 정보들을 기억할 수 있다.
이 전략은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다. 불안이나 걱정 같은 것들은 굳이 기억하며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종이 같은 곳에 모아서 적어놔라. 거기에 적어 놨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부담이 한결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전략이지만 이를 꾸준히 실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꾸준히 메모를 하고, 무언가를 기록하며, 그것을 보관하는 일은 추가적인 활동을 의미하며, 해야 할 일이 늘어 마치 복잡성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우리 뇌가 복잡하게 간직하고 있던 정보들을 종이나 컴퓨터에 위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닥 꼼꼼하지 못한 성격이라면 메모와 기록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한 술 더 떠서 보관과 분류까지 하길 추천한다. 말했듯이 기록하는 것만으로 기억될 수는 없다. 보관 장소를 기억한다는 것은 다시 보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주 보지도 않을 것들을 저장하고 기록한다. 연구에 따르면 분류 만으로 해당 정보에 대한 기억력이 향상됐다. 우리의 뇌 구조를 컴퓨팅 시스템처럼 폴더와 하위 폴더들을 만들고 정보를 분류해서 필요할 때 딱 찾아서 즉시 볼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