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의 비합리성 증명
“인간이 포기하는 이유는 지금의 고통이 아닌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며칠 전에 글에서 썼던 내용이다. 사실 깊게 생각해보고 쓴 게 아니라 글을 쓰면서 즉석으로 재즈를 한 것이었는데, 꽤나 그럴싸한 스캣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 멜로디를 기억했다가 다시 녹음실로 와 그날 즉석에서 만들어진 스캣으로 곡을 만들려 한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쳐 맞기 전까진. 어릴 때 꿈 한 번 안 꿔본 사람이 있을까? 축구선수, 대통령, 우주비행사, 가수… 멋있고 폼나는 직업을 갖고 많은 부와 명예를 거머쥘 것을 상상하며 찬란한 미래를 기다린다. 하지만 정규 교육 과정 12년, 대학 4년, 군대 2년을 거치며 마이클 타이슨 (세상)에게 커다란 훅을 한 방 맞게 되면 정신이 얼얼해진다.
스파링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쉐도우 복싱만 하며 상상할 때와 “진짜” 주먹을 맞아봤을 때 공포의 차이를. ‘주먹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프다. 머리가 얼얼하고 생각이 잘 되지 않는다. 심장은 터질 것 같고, 다리가 떨리며, 초점을 잃는다. 괜히 복싱 같은 걸 하겠다고 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글러브를 던지고 도망치고 싶다. 이 주먹을 맞으며 3분이나 더 버텨야 한다니.’ 이대로 가면 저 거대한 훅을 10번은 맞을 것이다. “그래 그냥 포기하자.”
그는 왜 포기했을까? 훅을 10대 맞아서?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할 만큼 데미지가 쌓여서? 숨이 너무 차서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어서? 아니다. 그저 “그럴 것 같아서”다. 맞을 것 같고, 아플 것 같고, 힘들 것 같고, 이기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그는 흰 수건을 던졌다.
이렇게 보니 포기만큼 비합리적인 선택은 없다. 이 경기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맞으면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근데 아프려면 일단 맞아야 한다. 근데 일단 맞으면 경기는 그냥 알아서 끝난다. 아이러니하게 다 맞고 나면 포기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까 포기는 맞기 전에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이상한 점은 그나마 포기의 합리적인 이유는 아파서인데, 아프기 전에 포기를 하면 포기하는 이유가 모순이 된다. 10대를 맞지도 않았는데 10대를 맞을 것 같아서 포기를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포기해야 할 이성적인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포기에 대한 고찰따른 포기의 정의는 “포기란 지금 견디지 못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견디지 못 할 것 같아서 하는 것이다.” 이다. 근데 이 또한 모순이다. 앞으로 견딜 지 못 견딜 지는 그 끝에 가서야 알 수 있다. 견디는 건 결과다. 견딘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단어다. 끝에 가봤더니 견뎠으면 견디는 것이고, 못 견뎠으면 못 견디는 것이다. 그러니 못 견딜 것 같아서 포기한다는 말은 문장 자체가 모순이다.
그러면 말이 되게 끔 다시 정리한 포기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두려움” 때문이다. 자, 이제야 얼추 말이 된다. 그니까 포기하는 이유는 그냥 무서워서다. 근데 이것 역시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아니다. 올 지 안 올 지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가능성을 0%로 만드는 선택을 한다는 것은 전혀 수학적이거나 경제적이지 못하다.
포기의 비합리성에 관한 수학적 도출
(아주 많은 비약과 작위적 개념이 적용됨을 이해 바람)
요소
실패 = A (효용 -X)
성공 = B (효용 +Y)
지금의 걱정 = C
조건
- A와 B가 각각 50%라 가정한다.
- 각 효용 X와 Y는 일의 중요도나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 상식적으로 도전하는 이유는 성공했을 때 효용이 실패했을 때보다 큰 경우일 것이다. (Y>X)
- C의 강도의 따라 포기할 지가 결정된다.
- C의 강도가 커지는 것은 A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 A가 확실히 된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포기할 것이다. (즉, A의 가능성이 커져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 A와 B 중 뭐가 일어날 지는 결과에 가야지만 알 수 있다.
결과
포기
C가 커져 포기할 경우 = AB 둘 다 안 일어나므로 효용 0 (어떤 경우든 효용이 0이라 어차피 다 더해도 0)
포기X
C가 애초에 작다면 포기할 일이 없어 2Y
C가 크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공 + C가 작아 포기하지 않고 성공 + C가 크지만 포기하지 않고 실패 + C가 작아 포기하지 않고 실패 = 2Y-2X
이때 Y>X이므로 2Y-2X > 0이고
따라서 포기X의 효용 > 포기의 효용이다.
물론 현실에서 성공과 실패가 반반의 확률은 아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는 주로 운에 좌우하므로 평균회귀 현상을 따른다. 즉, 도전의 횟수가 충분히 많으면 평생 실패만 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근데 알다시피 현실에선 성공의 효용은 실패의 리스크를 훨씬 웃도는 경우가 많다. 10번 실패해도 최종적으로 한 번만 성공하면 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합리적인 선택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포기하지 않아서 잃을 게 더 크기에 차라리 0인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포기의 감가삼각은 우리 생각보다 심하다. 인생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다. 움직이지 않으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아래로 내려간다. 즉, 수식과 달리 포기했을 때 효용은 0이 아니라 시간이 감에 따라 점점 음으로 내려가는 곡선이다. 아무개가 말했다. “도전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리스크다.”
이래도 포기할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