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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사고 편향과 따닥

작성 2024.01.23분류 글주제 개인과 성장

물고기를 잡는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간략화 할 수 있다.

A : 물고기 잡는 방법 배우기

B :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C : 맛있게 요리해 먹기

여기서 핵심은 무엇인가. 의심의 여지없이 B다. 때문에 A와 C는 없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B가 없다면 A는 의미없고, C는 불가능하다. A에 중독된 사람들의 문제는 B를 건너뛰고 C를 상상하며 정작 현실은 굶고 있다는 것이다. 물고기 잡기에는 B가 핵심이며 우리는 반드시 B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최근 어떤 현상을 발견했고 이를 [극단적 사고 편향]이라 명명했다. 어떤 이론 X에 대한 실험 결과가 60%가 맞다라고 나왔다면 우리는 X를 믿는다. 만약 첼로 연주에서 재능이 80%를 차지한다는 기사를 보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첼로는 재능의 영역이구나 생각한다. 이제 첼로는 재능이 전부다. 재능 없이는 첼로를 할 수 없다. 얼마 후 알고 봤더니 노력의 영역이 40%로 밝혀졌다라는 기사를 보면 첼로는 노력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이 모순을 이해하겠는가? 재능이 80이어도 노력이 20인 것이고 노력이 40이어도 재능은 60이다. 어차피 재능과 노력 둘 다 중요한 건 매한가지다. (사실 나는 세상 대부분의 것을 차지하는 건 상황적 운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은 이것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60%가 맞다는 뜻은 40%가 틀리다는 뜻이다. 10%의 확률로 생존한다는 뜻은 90%의 확률로 죽는다는 뜻이다. 99%의 노력이란 뜻은 1%의 영감이라는 뜻이다. 의미가 생기는 건 100%에 도달했을 때다. 그 이하는 그저 결과의 일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사실 그 %라는 것은 사후에 판단에서 생긴 결과론적 사고에 불과하다. 뭐가 어느정도 차지했는지 누가 알겠는가?

컴퓨터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때를 생각해봐라. 파일을 잘게 쪼개 인터넷을 통해 그 쪼개진 파일을 차례로 전송한다. 파일이 내 컴퓨터에 차곡차곡 쌓이고 완료가 되면 다시 재조합 되어 원래 파일로 돌아온다. 즉, 99.9% 다운 받은 건 0%를 다운받은 것이랑 마찬가지다. 99.9%를 다운로드 했어도 100%가 아니면 파일을 열 수 없다.

예수와 공자, 싯다르타가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까? 그들이 맛있게 요리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작년 즈음 내가 썼던 글을 보면 인생에 플롯은 없다. 성공은 인과관계라기 보단 맥락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딱 한 두 가지 요인으로 성공의 원인을 해석한다면 그건 끼워맞추기식 해석에 불과하다.


나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공부를 했다. 유튜브도 보고, 책도 읽고,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막상 연애를 시작하니 내 맘처럼 되진 않았다. 내가 몰랐던 현실적인 부분들, 책과 유튜브에선 알려주지 않은 문제들이 발생했다. 나는 분명 연애 유튜브를 족히 100편은 넘게 보고, 실제 연애도 했다. 연애 유튜브만 보고 정작 연애를 안 하는 사람의 문제를 연애 유튜브를 보는 것 자체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오류라고 생각한다. (A 과정은 생략해도 무관하다. 라는 주장에서 그렇게 느낌)

한 연구에 따르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성과가 향상됐다. 놀라운 점은 사고력 뿐만 아니라 몸으로 수행하는 능력까지 말이다. 그니까 홈런을 치는 구체적인 상상 만으로 실제 배팅 능력이 향상됐다는 뜻이다. 다만 맹점은 야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이나 너무 비숙련자에겐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것이다.

AB → C

나는 2~3년간 복싱을 했다. 잽과 스트레이트가 기본 공격이다. 근데 잽은 주로 견제나 거리재기 용이다. 허공에 주먹을 날리기도 하고, 의미없이 내지르기도 한다. 실제 데미지는 스트레이트로 준다. 만약 판정이 없는 경기를 이기려면 스트레이트를 날려 KO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사실상 잽은 없어도 되는가? 절대 아니다. 잽은 스트레이트 만큼 중요하다. 잽을 날리면서 상대와 나의 거리를 유지하고 스트레이트가 나올 공간을 만든다. 동작이 큰 스트레이트를 바로 맞아줄만큼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래서 잽과 스트레이트를 묶는 게 기본 콤비네이션이다.

재밌는 점은 복싱에는 “따닥”이라는 개념이 있다. 복싱의 고수가 되려면 잽과 스트레이트를 두 개의 구분 동작으로 수행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공격처럼 해야 한다. 한 호흡에 잽과 스트레이트를 동시에 넣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잽을 미친듯이 날려봐야 한다. 의식하지 않고 힘을 빼도 잽이 빠르게 나올 수 있게 끔.

우리도 따닥을 해야 한다. 잽은 학습, 스트레이트는 행동이다. 학습과 행동은 한 동작으로 묶여야 한다. 단지 책을 읽는 것만 학습은 아니다. 인풋을 넣고 익히는 것을 학습이라 한다. 인풋을 다 쌓고 아웃풋을 준비하는 게 아니라. 인풋을 쌓고 아웃풋을 내고, 다시 새로운 인풋을 쌓고 아웃풋을 내고, 그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근데 말했듯이 따닥은 잽의 달인이 되야 한다. 그니까 학습에 달인이 되지 않는 이상 따닥이 될리가 없다. 밑동이 깨진 장독대처럼 줄줄 세나갈 뿐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따닥이 되어야 한다. 배움과 동시에 행동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우리의 글쓰기는 그런 면에서 최고의 활동이다. 그날 학습한 걸 바로 되새김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 사고 편향에 빠지지 말자. A의 문제점이 있다고 하여 A가 없어도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이로운 것은 어떻게 하면 A의 문제를 극복하고 적용할 수 있는 지 찾는 것이다. 내가 제시하는 방법은 AB-따닥이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상대를 KO시키고 챔피언 벨트를 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따닥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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