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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환상

작성 2024.01.22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4시간만 일하고 월 500만원 이상의 순이익을 낸다.”

  • 왜 4시간?

4시간이라는 것은 팀 페리스의 “나는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에 등장해 유명해진 개념이다. 또 어떤 철학자들은 노동을 신성시하는 업무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4시간만 일해도 충분히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미국의 전설적인 사업가는 4시간만 노동해도 충분한 생산량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어째서 4시간일까?

컨베이어 생산 방식으로 대량 생산을 도입한 헨리 포드는 기존의 노동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하루 8시간만 근무하는 주 40시간제를 도입해 생산 효율을 크게 높였다. 약 100년 전 도입된 40시간제는 이제는 어겨서는 안 되는 불문율처럼 우리 사회를 움직인다.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정해놓은 이유는 연구 결과 사람의 육체로 건강을 해치지 않고 하루에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서 이렇게 정해진 것이라고 한다. 객관적인 증거에 대해서 찾지는 못했지만 하루 8시간 근무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엔 점심시간을 빼서 9 to 6를 하는데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사실상 10시간이다. 8시에 일어나 24시에 잔다 쳐도 개인 시간은 6시간 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 게이오 대학 연구팀은 최고의 '뇌 능력을 발휘하는데 있어 최적의 근무시간은 주당 25시간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호주 멜버른 응용경제 사회연구소가 40세 이상 남자 3000명, 여자 35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주당 25시간 근무하는 사람들이 기억력, 언어능력, 숫자와 문자 맞추기, 정보처리 속도 등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가장 높았다. 반면 주당 55시간 이상 근무자의 경우 오히려 무직자보다 인지기능이 떨어졌다. 하루 8시간 주 3일 근무하거나, 주 5일 하루 5시간 근무이다. OECD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주당 평균 노동시간 40.8시간인데 멕시코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주 40시간보다 적게 일하고 있고, 선진국들은 휴게시간도 근무에 포함하기에 더 적게 일한다는 뜻이다.

물론 맹점도 있다. 주당 근로 시간이 짧은 사람은 그만큼 능력이 뛰어나 적게 일해도 돈을 많이 버니까 점수가 높은 것일 수 있다. 이 실험이 완벽한 결과는 아니며, 사후 판단 편향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몇 시간 근무가 최고의 조건인지 모르겠으나, 주 8시간 근무가 최상의 선택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권력을 상징한다. 내게 시간이 많다는 건 권력이 많다는 뜻이다. 골프 같은 스포츠가 상류층 스포츠인 이유는 ‘난 이렇게 시간을 펑펑 써도 상관없는 사람이다.’라는 걸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 놀이공원에서 패스를 사면 줄을 안 서도 된다.

그러나 여기서 함정은 돈과 시간은 상관관계지 인과관계가 아니다. 돈이 많다고 시간이 많지는 않다. 둘의 상관계수는 아무리 쳐줘도 0.5가 안 될 것이다. 즉 관련이 있기는 한데 100%는 아니라는 뜻이다. 시간이라치면 백수가 더 많을 것이다. 돈이 없다고 항상 시간이 없는 것도, 돈이 많다고 시간이 항상 남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많은 돈을 버느라 정작 여행을 한 번도 못 갈 수도 있다. 인간의 뇌는 늘 인과관계를 찾으려 하기 때문에 이를 혼동하고 함정에 빠진다.

그러니까 만약 시간을 얻고 싶은 사람이 돈을 벌고 싶다고 소원을 빌면 원숭이 손은 돈을 많이 버느라 계속 일만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줄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시간을 많이 얻고 싶다면 시간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려고 해야지.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벌려 해선 안 된다.


  • 나의 시간

나는 아침 8시에 일어난다. 가끔은 9시 10시에도 일어난다. 원래는 아침 7시에 일어났었는데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겨울이 되자 7시에 일어나는 게 버거워졌다. 그래서 8시로 늦췄고 그럭저럭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아침에 운동을 다녀오고 찬물 샤워를 한다. 나는 “아침 업무 루틴”과 “저녁 업무 루틴”이란 걸 한다. 업무의 시작과 끝에 해야 할 루틴을 만들어 나의 습관을 만들고, 마음가짐을 다잡는 일종의 의식이다. 아침 루틴을 하면 10시~1030시 쯤 되는데 이 때 이른 점심을 먹는다. 밥을 먹고 도서관으로 갈 준비를 하면 11시~1130시가 된다. 그러고 나면 대략적으로 12시부터 본 업무가 시작된다. 12시부터 6시 정도까지 업무를 한다. 집으로 와서 다시 운동을 간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야간 업무를 시작한다. 10시에서 11시쯤 마무리 되면 저녁 루틴을 하고 잠자리에 든다.

이 일과도 매우 느슨해진 것이다. 원래는 아침 7시나 8시에 일어나 운동 후에 9시부터 오전 업무를 집에서 하고 12시에 1시간 반동안 점심을 먹고 1330시에 도서관에 가서 6시까지 업무를 하고 저녁에 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가끔 야간 업무를 하는 것이었다. 또, 이 일과도 매우 느슨해진 것이었다. 학교를 나온 직후에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헬스장에 가 운동을 하고 돌아와 하루종일 공부를 하고 1시간의 식사 시간 후에 다시 하루종일 공부를 하는 것이 일과였다. 즉, 나는 단 한 번도 4시간만 일한 적이 없다.


  • 4시간이라는 환상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말은 과연 내가 4시간”만” 일할 수 있는 사람이냐는 것이다. 나의 목표는 4시간만 일하는 것이다. 그럼 그냥 지금 4시간만 일하면 된다. 근데 말했듯이 난 한 번도 4시간만 일한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4시간만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12시간 10시간 8시간 일하고 있다. 그럼 나는 언제 4시간만 일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4시간만 일 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정녕 내가 4시간만 일하는 게 가능한가 의문이다. 무조건 시간을 줄인다고 효과적인 건 아닐 것이다. 4시간 일하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뭐지? 애초에 내가 오래 일하려 하는 이유가 뭘까? 아마 대다수가 노동의 신성함을 찬양하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방법은 3가지다

  1. 4시간 환상을 버린다.

  2. 진짜 4시간만 일해도 불안해 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 → 그 시간을 다른 것을 채우려 하기

  3. 작업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은 3번이다. 지금 당장으로서는 2번은 어렵다. 아직 이룬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하기 싫은 건 그냥 하기 싫어서 안 할 거다. 결과적으로 작업을 두 개로 나눠야겠다. 내가 하고 싶은 작업과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작업. 그리고 4시간 일 카테고리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 작업”을 넣자. 나머지 시간에도 작업을 할 거지만 그건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이니까 시간으로 치면 안 된다. 혹자는 억지라 생각할 수 있지만, 뭐 결국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내가 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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