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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작성 2024.01.09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실제 전쟁은 수가 많다거나, 국력이 강하다거나 해서 반드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전쟁에서의 전략은 인간의 심리와 본성에 대한 통찰력이 중요하다.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조직이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구성원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적군의 이런 행동이 아군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등등 치열한 두뇌 싸움이다. 그래서 많은 경영가들이 병법서나 역사서를 경영 필독서로 지정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크고 작은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 반복되는 역사 동안 성공한 사람들은 비슷한 행동 양상을 보인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인간에게는 누구나 퇴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전쟁사를 살펴보면 경험 많고 전략적인 장수들은 승기를 잡았어도 웬만하면 상대를 사지로 몰아넣지 않는다. 오히려 퇴각할 길을 열어주기도 한다. 현대의 시점으로 전해진 역사만 받아들이는 우리에게 이 같은 결정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은 인간의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현명한 결정이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도망갈 곳이 없어지면 아무리 지고 있었다 하여도 죽기 살기로 싸우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기에 따라 100명이 1,000명, 10,000명을 무찌를 수도 있는 것이 전장이다.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천재적인 전략이 바로 한나라의 전설적인 전쟁의 신 “한신”의 배수의 진이다. 그전까지 병법서에선 강가를 등지고 진을 치는 것은 절대 금기였다. 하지만 한신은 도망갈 곳이 없는 군사들이 적이 눈 앞에 있다면 죽기 살기로 싸울 것이라 예측했고, 실제로 승리했다.

전쟁은 결코 전장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궁정에서는 전장보다 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진다. 온갖 모략과 권모술수, 정치와 암투가 벌어지는 곳이 바로 궁정이다. 이 궁정에서도 같은 이치가 통한다. 정적을 몰아내기 위해 퇴로를 다 막아버리면 그는 조용히 물러나거나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이판사판으로 몰락하는 걸 택한다.

앞서 말했듯이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 날붙이를 들고 서로 죽이려 들진 않지만 그와 쏙 빼닮은 일들이 매일 벌어진다. 그래서 손자병법이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처세술, 대인관계 능력, 정치기술, 마음가짐 등에서의 교훈은 수천년 전과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인간에겐 퇴로가 필요하다.”

상대와 말싸움을 하게 됐다면 그를 지나치게 몰아붙여선 안 된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자신을 보호하려 할 것이다. 설령 그것이 둘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가더라도. 말싸움 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라도 마찬가지다. 늘 상대에게 퇴로를 남겨주고, 설령 그것이 뻔하게 보이더라도 굳이 막으려 하지 마라. 직장에서 만난 사이, 가족, 연인, 낯선 이방인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물론 더 중요한 건 나에게도 퇴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퇴로를 스스로 불태우지 마라. 배수의 진은 훌륭한 전략이지만 어설프게 따라했다 몰락하게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내 마음의 퇴로, 내 결정의 퇴로, 내 미래의 퇴로, 내 관계의 퇴로 등 내가 퇴각할 곳을 미리 조사하고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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