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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의 신

작성 2024.01.08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올리브영은 직원 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 서울로 직접 가서 교육을 듣기도 하고, 매 달 정기적으로 온라인 교육도 들어야 한다. 또, 매장에서 직원들이 mate(알바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올리브영은 해당 영역에서 노동자의 역량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경영과 비즈니스에 대해 공부를 해보면 실제로 직원의 서비스 품질, 전문성, 마인드 등이 매출같은 실질 지표를 넘어 브랜드 이미지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서비스직에 대한 경력과 경험을 위해 올리브영에 온다. 어떤 사람은 화장품에 대해 공부하고 싶어 올리브영에 온다. 또, 어떤 사람은 그저 돈이 필요해서 올리브영에 온다. 무슨 이유에서 올리브영에 왔든 같은 시간동안, 같은 일을 한다.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보잘 것 없는 것만 배워가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올리브영에서는 배울 점이 아주 많고, 이 경험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점장님이 셀링에 대해 교육해준 적이 있었다. 10여년 동안 올리브영에서 셀링을 해본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무슨 물건이든 팔 수 있는 마법의 4문장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1. 저희 매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품이 있는데 안내해드릴까요?
  2. 이 기획 이 구성이 제일 싸고 좋아요
  3. 품절 후 재입고 된 건데 언제 또 품절 될 지 몰라요
  4. 한 번 써본 사람들은 만족하면서 써요 (재구매율이 높아요)

올리브영 교육은 대체로 전문성 강화 교육이다. 이 제품에 어떤 성분이 얼만큼 들어있고, 그 때문에 어떤 효과가 발생하는 지 등이다. 하지만 셀링에서 중요한 것은 수치나 전문적인 용어가 아니다. 이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여럿 있다. 청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은 오히려 화자가 지능이 낮다는 인식을 준다고 한다. 우리는 유식해보이기 위해 어려운 말을 쓰지만 실제로는 그런 유식한 말을 써서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못할수록 그를 멍청하다고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 감성이 아닌 이성의 영역을 건드리면 (이를테면 구체적인 수치 등을 제시하기) 더 계산적으로 되고, 덜 우호적으로 바뀐다. 따라서 셀링 (마케팅 보다는 더 지엽적인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를 이해하고 공략하는 능력이다.

참고사항은 이 전략이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이 사람이 많이 살 사람인지, 혹은 정해진 것만 살 사람인지, 아니면 구경만 할 사람인지 등. 점장님은 한명에게 1시간의 노력으로 파는 것보다 5분 10분의 노력으로 10명 20명에게 접근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조언했다. 나의 에너지와 시간은 전략자산이므로 함부로 낭비하지 말고 효율적으로 분배해야 한다.

  • “저희 매장에서 제일 잘나가는 상품이 있는데 안내해드릴까요?”

    처음 고객에게 접근할 때 건네는 말이다. 강력한 후킹이 필요하다. 보통 고객은 강력한 주관을 갖고 매장에 들어오지 않는다. 올리브영이 한 번 보이니까 오거나, 필요한 품목은 있는데 구체적인 제품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ex) “로션 사야지”)

    올리브영에서 놀란 점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직원에게 많이 물어본 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와서 “뭐 좀 추천해줘라.” “이건 무슨 기능이냐.” 등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내가 올리브영 직원이고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만으로 전문성이 생긴다.(사실 쥐뿔도 모르지만) 애초에 전문가란 “전문가라고 인식된 사람”에 불과하다. 즉, 그들 눈에는 내가 전문가로 보인다는 것이다.

    올리브영에는 P매대(돈을 받고 특정 브랜드를 밀어주는 프로모션)나 PB상품(올리브영 자체 제작 브랜드)이 있다. 이 제품들을 많이 팔아야 매장에 도움이 된다. 셀링은 주로 이 제품들 위주로 하는 것이 좋다. 제일 잘나가는 제품을 안내한다고 말하고 이 제품 앞으로 가라. 물론 완전한 거짓말은 아니다. 실제로 이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셀링하니까, 잘나가긴 한다.

    전문가의 말이라는 점과 제일 잘나간다는 문장이 결합되어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제일 잘나간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샀다는 것이고, 많이 샀다는 것은 그 제품이 좋다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 “이 기획, 이 구성이 제일 싸고 좋아요”

    시의성을 언급하는 것이다. 올리브영의 제품들은 기획과 구성이 그때그때 바뀐다. 올리브영의 서비스 정신 중 핵심은 손님 본위 서비스다. 손님의 입장에서 손님에게 더 좋은 것을 추천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주로 셀링하려는 제품은 실제로도 합리적인 기획과 구성인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나 이 기획과 구성이 매진되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갈테니 그때는 구매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제일 싸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사람들은 싼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사람은 이유 기반 선택을 한다. 자신의 선택에 붙일 수 있는 그럴싸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내 소비가 “그냥 충동적이거나, 직원의 말의 혹해서 하는 게 아니라 이게 제일 싸고 좋은 것이니까 사는 것이다.” 라는 이유가 붙어야 마음이 편하다.

  • “품절 후 재입고 된 건데 언제 또 품절 될 지 몰라요.”

    시의성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망설인다면 지금 빨리 사는 거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부각시킨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왜냐면 올리브영은 애초에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게 아니라 소량으로 입고를 하고 다 팔면 그때그때 다시 재입고를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웬만한 제품들이 품절된다.

  • “한 번 써본 사람들은 만족하면서 써요 (재구매율이 높아요).”

    내가 단지 돈을 벌려고 셀링하는 게 아니라 진짜 이게 좋아서 추천”해드리는 것”이다라는 인상을 줘야 한다. 그렇다는 건 이 제품이 진짜로 좋아야 함을 의미한다. 쓰레기같은 제품을 억지로 파는 게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 좋아하고 자주 쓰는 인기 제품을 추천하는 것이다.

    재구매율이 높다는 것 역시 다수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과 동일한 인상을 준다. 이런 말을 들으면 쉽게 “그렇게 좋은가? 나도 한 번 써볼까?”라는 마음이 들 수 있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정신이다.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의 이익을 위해 노력한다는 생각이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런 마음을 갖춘 직원이 이런 기술을 장착하면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또 배운 점은 셀링할 때 종업원과 고객의 딱딱한 관계로만 접근하면 마음을 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인간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라포, 라포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고객과 라포 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인간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가서 판매와 전혀 관련 없는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고객의 하소연에 공감한다든지 하는 기술이 큰 영향을 미친다.

올리브영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은 이런 기술과 경험을 익힐 수 있는 것과 더불어 내가 조직을 만들었을 때 어떻게 하면 직원들을 관리하고 교육시킬 수 있을 지 고민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올리브영의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만큼 리더의 역량도 중요하다. 나중에도 따로 글을 쓰겠지만 그 점에서 점장님은 아주 배울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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