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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의 심성

작성 2024.01.03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인간이 명령 내리는 거 좋아하는 것 같재? 인간이라는 동물은 안 있나,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니까.”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전두환)이 노태건(노태우)에게 한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참으로 옳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훨씬 예전부터 동일한 생각을 했다. 사람은 스스로 결정 내리기 보단 누군가가 대신 결정해주길 바라고, 앞서가기보단 앞서간 사람을 따라가길 원하며, 강한 카리스마로 자기를 지배해주길 원한다.

인간에겐 주인의 심성과 노예의 심성이 공존한다. 주인의 심성이 더 큰 사람은 리더로, 노예의 심성이 더 큰 사람은 팔로워가 됐을 것이다. 아마 고전 철학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분명 했을 것이다. 이것은 큰 통찰 없이도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실험을 해봤다. 내가 제멋대로 행동하고, 리드할수록 사람들은 나를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물론 내 성향이 주인의 심성이 가진 악함과 독단성을 오래 버틸 수 있을 만큼 강인하지 못했기에 스스로 가진 모순에 뒤덮히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이 명제는 인생을 살아가며 대업을 이루고자 하는 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명제 자체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 할 것이다.”가 중요하다. 강력한 누군가가 리드해주길 바랐기에 부하들은 이순신을 따랐다. 강력한 누군가가 리드해주길 바라기에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누가 어떻게 쓰냐에 따라 달린 것이다. 개개인의 도덕성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역사의 흐름대로, 자연의 순리대로 갈 것이다.

이 명제를 이용해 뭔가를 행하든 안 하든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평생 휘둘릴 수밖에 없다. 마음속의 노예가 두려움에 지배되어 강한 주인을 원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본능에 따라 끌려갈 것이다. 주인으로 타고난 일부를 제외하면 대다수의 대중은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노예가 되는 게 항상 악인 것은 아니다. 노예들이 대책 없이 혁명을 일으킨다면 에리히 프롬의 말마따나 굶어 죽을 것이 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사실을 인지하고 온전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천천히 길러나가는 것, 그러니까 나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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