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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작성 2024.01.03분류 글주제 개인과 성장

나는 요즘 역사 유튜브에 빠졌다. 처음에는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들으면서 잘 수 있게 켜두었는데 듣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계속 듣고 있다. 주로 운동할 때나 운전할 때 듣는데 처음엔 그리스 역사를 들었고, 초한지, 지금은 삼국지를 듣고 있다. 이 채널은 야사나 구전 이야기가 아닌 실제 기록된 역사를 바탕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신기한 점은 역사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게 몇 백년 몇 천년이 지나서 잊혀진 역사라서같은 이유가 아니라 단 몇 년 사이에도 그런 경향을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역사가 반복된다기 보단 인간의 역사 동안 인간의 행동 양상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단지 그 당시에 역사를 배우지 못해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일까? 그때의 학문이라곤 선인의 말 뿐이었다. 역사를 배웠다면 그때 더 배웠을 것이다. 더욱이 지금 현대의 인간들이 벌이고 있는 짓들을 과거에도 똑같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인간이 얼마나 예측하기 쉬운 동물인지 알 수 있다.

김상욱 교수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가 변하지 않는 것을 알기 위해서라 했다. 사람들은 과거의 일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 역사를 배운다. 하지만 미래는 절대 예측할 수 없다. 단지 긴 역사동안 변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간 가치, 교훈, 심리 등을 이해하고 현재에 적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역사는 반복된다.”와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역사가 반복된다면 과거에 벌어진 일들이 미래에도 벌어질 것이고 우린 그것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두 문장은 모순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 둘은 모순이 아니다. 역사는 분명 반복된다. 그리고 과거와 같은 일들이 미래에도 분명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멀리서 조망했을 때만 알 수 있다. 우리는 3차원에 살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넘나들 수 없다. 때문에 지금 당장 일어나는 일들만 인식 가능하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은 “반복”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흐름을 이해할 수 없다. 개미가 인간을 인지할 수 없듯이 말이다. 지금 당장 일어나는 “사건” 속에서 우리는 그저 이 일들이 “전례없는 최초”이며 가장 생생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역사의 쓸모를 오해하고 있다. 역사의 쓸모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뭘 해야 하는 지를 알려준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역사는 반복된다. 인간은 수많은 위기와 기회를 마주한다. 다만 그 순간에선 이것이 역사상 최악의 위기이고, 이것이 유일한 기회라고 “느낄”뿐이다. 하지만 역사를 보면 그렇지 않다. 그것과 동일한 위기가 역사마다 있었고, 그 위기마다 인간은 매번 비슷하게 행동했다. 그 기회는 역사마다 있었고, 성공한 인간들은 매번 비슷하게 행동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지금 내가 뭘 하면 안 되고, 뭘 하면 되는지 지침은 알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나침반은 실제 내가 어느 방향을 가야하는지에 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도와야 한다. ‘쓸모있어 보이는 일만 해라.’라는 주장에 올바른 나침반이 있다면 역사 속 성공한 사람들이 매번 그랬던 건 아니라는 걸 알고 그 방향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시각이 단 번에 생긴 건 아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역사를 아주 좋아했다. 같은 시기 역사를 몇 회나 반복했다. 질리도록 보다 보면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역사에 이러이러한 패턴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나에게 부족한 건 “실행력”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위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잘한 아이디어라도 “실행”하는 사람이다. 실행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없다. 두려움이 가장 클 것이다. 역사 속 수많은 결단들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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