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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위성에 관한 고찰

작성 2023.02.11분류 글주제 예술과 철학

단순히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왜 일어나는지를 묻는 질문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는 원리에 대한 탐구심과 원초적인 호기심이 바탕이라면, 후자는 자주 비판과 회의주의가 그 기저에 있다. 후자를 “당위성 질문”이라 하겠다.

당위성 질문은 논점을 흐린다. 어떠한 행동에 대해, 그를 논의한 모든 과정에 돌을 던지며 질서를 깨뜨리려는 목적이 다분한 이 행위는 담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유되고 이해되는 모든 전제를 싸그리 무시하고 짓밟는 일이다.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근데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해?’라 말하는 당위성 질문은 반항심과 허무주의를 숭배하고, 그것을 멋진 것으로 여기는 옹졸한 마음이다.

당위성에 대한 질문은 주제에서 벗어나 해당 담론 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심연으로 초대한 뒤 이전 주장을 모두 틀린 것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하지만 당위성 질문이 매번 무용한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당위성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사실과 당위는 다르다. 그러나 종종 이를 혼동하여 동일시하는 자연주의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그런 사실과 현상이 있다고 해서 그렇게 해도 되고,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나 명확해서 당위성을 묻는 행위가 논점을 흐리는 일이 되는 게 다수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위성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는가? 우리를 완전히 만족시키는 당위적 이유가 존재할 수 있는가? 회의적으로 물고 늘어진다면 어떠한 대답도 당위성을 만족시킬 수 없다.

그러니 명확히 구분하자. 회의적으로 모든 논제를 물거품으로 만들기위한 당위성인지, 가려진 진실을 찾고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한 당위성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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