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확언 역효과의 사실
책을 읽던 중 전율이 흐르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심리학자 피터 골비처의 연구결과였다. 그는 “나는 훌륭한 변호사가 될 거야.” 라는 식의 정채성에 대한 의사표명 공개적으로 한 잡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그와 관련한 행동을 더 적게 실천했다는 것을 밝혔다. 이 실험이 내게있어 기념비적인 발견이었던 이유는 내가 현상으로만 생각했던 것에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이다. (사실+현상 ⇒ 가치)
나는 약 한 달 전 행동하는 것만 말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사람들이 말함으로써 자기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 됐다고 믿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이를 자기확언 역효과라 명명했다. 실제로는 도덕적으로 행동하진 않지만, 도덕적인 연설을 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이 도덕적인 사람이라는 인식을 갖게 됨을 의미한다.
이는 나를 돌아보면서 생각해낸 하나의 가설이자 이론이었고, 실제로 그러한가에 대한 증명과정은 없었다. 하나의 직감과 예측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똑같은 의문 (선언이 실제 행동력 증가로 이어지는가?)을 가졌던 심리학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실험을 통해 자기확언 역효과와 같은 이론을 발견해냈다. (이 역시도 언제든 틀릴 수 있으니 이론이라 할 수 있다.)
나폴레온 힐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남들과 공유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어쩌면 그는 말함으로써 덜 실천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 떠벌림 효과
공개선언 효과라고도 하는 떠벌림 효과는 1955년 모턴 도이치와 해롤드 제라든의 실험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자신의 목표를 남들에게 떠벌릴수록 그에 책임감을 느껴 달성하게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나역시 떠벌림 효과의 덕을 본 적이 있다. 국토대장정을 떠나지 않게 될 것을 우려해 주위 사람들에게 난 휴가 때 국토대장정을 갈 것이라 떠벌렸다. 또한 해사를 나올 떄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한테 말해버려 되돌릴 수 없던 일이었다.
떠벌림 효과는 골비치의 실험과 정반대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 이유는 이 둘이 “말”이라는 범주에 속해 동일한 속성을 가진다고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다른 종류의 말이기 때문이다. 자기확언 역효과는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즉,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의사표명 시 나는 이미 그런 사람이 됐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하지만 떠벌림 효과는 미래의 계획과 행동에 관한 것이다. “국토대장정을 가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없다. 국토대장정을 간다, 안간다. 단지 그 뿐이다. 수행하고 안하고의 차이가 명확하게 보이는 그런 것들은 수행하지 않았을 때 거짓말쟁이라는 정체성을 줄 수 있다.
따라서 결과가 명확하게 보이고, 하고 안하고의 문제인 계획과 행동에 대한 목표는 떠벌릴수록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확인하기 어려운 도덕적, 정체성에 관한 말은 삼가는 게 좋다.
- 왜 여태까진?
골비처의 논문은 2009년 발행됐다. 물론 골비처 이전에도 이와 관련한 선행연구가 있었겠지만 도대체 이때까지 말하기의 위험성에 주목했던 사람이 어째서 이렇게 적은지 의문이다. 더 효과적인 목표달성법은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대상일 게 분명하다.
이와 관련한 나의 의문은 경영자들에게 향한다. 주 52시간제가 시행되어 근로시간이 매우 줄었지만 오히려 기업의 수익은 늘어나는 일이 벌어졌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이자 현재 내 여자친구의 직장인 딜로이트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에는 오히려 적게 일하면서 더 좋은 효율과 능률을 뽑아낼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나는 이게 여태까지 실행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경영자는 수익과 효율을 목표로 한다. “노동자들은 일하기 싫어해. 그런데 정말 그들의 근로시간을 늘리는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까?”라는 고민을 했던 경영자가 이토록 적었단 말인가?
요즘 내 초유의 관심사는 왜 사람들은 “왜”에서 “어떻게”로 넘어가지 못하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