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rt Rabbit
이현승의 개인 홈페이지[자기소개]

우연론 3) 성공의 맥락,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

작성 2022.07.06분류 글주제 인간과 삶

에드워드 카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사회적 맥락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성립된다.

“만약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1센치만 낮았어도 세계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파스칼의 유명한 구절이 있다. 하지만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낮았어도 옥타비아누스는 이집트를 침공했을 것이다.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의 황태자가 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암살당하지 않았어도 1차세계 대전은 일어났을 것이다.

역사는 단편적인 사건에 의해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게 했던 수많은 맥락들에 의해 움직인다. 나는 앞선 글에서 우연과 확률 그리고 인과에 대해 이야기했다. 클레오파트라와 사라예보 사태는 분명 우연이다. 그것은 전쟁의 확률을 높였고 전쟁은 발발했다. 하지만 그 우연이 없었어도 전쟁은 일어났을 것이다라는 말은 우연과 필연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 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0.9999의 우연들이 겹쳐지면 1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다. 우연이 겹쳐도 우연일뿐이다. 나는 이것이 인지적 오류라고 생각한다. 큰 수의 법칙, 도박사의 오류와 같은 오류이다. 0.9999…순환소수가 1과 같다라고 생각하게 하는 오류이다.

물론 형이상학적으론 우연과 필연은 다르다. 하지만 현상학적으로 생각해보자면 0.9999…와 1은 같다. 죽기전에 로또 번호를 123456으로 안 찍는 것과 동일하다. 123456과 다른 숫자의 조합의 확률이 같더라도 난 123456을 찍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인문학의 고질적인 한계다. 과학과 달리 인문학은 실제 세계에서 적용하고 증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실제 세상에선 우연이 쌓이면 높은 확률을 같게 되고 그 높은 확률에 의해 즉, 맥락에 의해 사건을 벌어지기 마련이다.

열심히 공부한다는 것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게 하는 인과를 제공하진 않는다. 하지만 시험날 컨디션, 시험 난이도, 내가 배워왔던 것, 나의 경험, 노력 등 우연이 겹치면 합격이라는 필연성에 도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할 것은 우연을 쌓아가는 것이다. 내가 성공할 수밖에 없는 “성공의 맥락”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또 하나 연결됐다.

다작을 통한 우연의 연결 - 세렌디피티 - 우연과 확률 그리고 인과 - 우연과 필연 - 성공의 맥락


문득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말이 생각났다. 철학은 철학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 했다. 철학자들이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무슨 과목이었는지 기억도 안난다. 윤리와 사상이었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이 중요한게 아니라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과정을 추적하는 것이 철학을 배우는 것이라 말했다. 아마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난 그녀의 수업에서 정말 철학하는 법을 배웠다. 물론 수업 시수가 짧아 깊이 있게 배우진 못했으나 그 수업에서 배웠던 철학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선 아직도 인상이 깊다.

내가 나의 철학을 만들어가다 보니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게 와닿는다. 이전에 내가 쌓아왔던 사상들이 쌓이고 융합하고 해체되면서 결론에 도달해간다. “나는 지금 철학하고 있다.”


A Smart Rabbit|GitHub|LinkedIn|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