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탕
어릴 적 포켓몬스터 골드라 불리는 조잡한 픽셀의 도트게임을 밤새워 했다. 아직 미취학아동이었지만 제재할 부모님이 없었으니 컴퓨터 앞에 앉아 몇시간이고 게임을 했다. 게임 속에서 하는 일은 늘 똑같았다. 너무 어릴 때라 스토리나 전개 같은 건 전혀 몰랐다. 그저 풀숲을 돌아다니면서 포켓몬을 잡고, 느낌표가 뜨는 로켓단을 때려잡는게 전부였다. 그게 너무나 즐거웠다. 풀숲을 돌아다니며 꼬랫과 싸우고 마을로 가 치료한 뒤 다시 풀숲으로 향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꾸준하게 풀숲에 갔던 이유는 단지 “그게 재밌으니까”였다. ‘내 치코리타의 레벨을 올려야겠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야겠다.’ 와 같은 생각 없이 풀숲에서 꼬랫이나 피존을 잡는 게 재밌으니까. 그 어릴 때 이미 하나의 진리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재밌으면 꾸준히 할 수 있다.”
그러다 먹으면 레벨이 1오르는 “이상한 사탕”이라는 사기템이 있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상한 사탕을 무한 복제하는 치트키를 알아냈다. 그래서 당뇨병이 걸릴 때까지 이상한 사탕을 계속 먹여 치코리타가 기형적으로 자라나는 걸 보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다음부턴 꼬랫이든 잉어킹이든 심지어 보스몹들 까지도 전부 너무 시시하게 죽어버렸다. 나의 치고리타는 누구보다 강해졌는데 정작 나는 그때부터 게임이 재미없어졌다. 그 후로는 게임실행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사람들은 작은 고난이 왔을 때 이상한 사탕을 찾는다. 문제가 좀 안 풀리면 답지를 보고, 하다가 잘 안되면 포기하고. 근데 정작 게임의 묘미는 간신히 꼬랫을 잡아가며 빨간피가 된 치코리타가 레벨업을 해 체력이 가득찼을 때이다. 이상한 사탕을 먹으면 모든 게 잘 풀리고 더 행복해질거라고 믿는다. 난 유치원 때 이미 알았다. 이상한 사탕을 먹으면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걸.
인생이 게임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기에도 분명 이상한 사탕이 있다. 그게 꼭 경제적 성공이나 명예 등을 가져다 주진 않아도, 어디로가 도피하고 싶고 편해지고 싶은 욕망에 이상한 사탕을 찾는다. 나는 해사에 남는 것도 나에겐 이상한 사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포기하고 싶을 때 그건 이상한 사탕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쉬고 누워서 핸드폰 하고 싶을 때, 대문호가 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 글쓰기를 포기할까 고민될 때 그건 이상한 사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풀숲에서 꼬랫이나 잡고 있지만 나중에는 체육관 관장하고 배틀하고, 뱃지를 따면서 포켓몬 마스터가 된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만해도 흥미진진하고 재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