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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론(2) : 권태의 감각

작성 2022.04.26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평등해선 안된다. 자유는 평등보다 우선되어야 할 권리이다. 여기서 흔히 실수하는 것은 평등하지 않다는 뜻이 그 존재의 우월과 열등을 가르는 것으로 해석되어선 안된다는 점이다. 인간이 동등하게 자유로운 권리를 지녔다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존재 하나하나가 개별적으로 귀하고 가치있다는 사실과 이어진다. 우리는 그러한 자유를 자신에게 허락하고, 동시에 그만큼 남에게도 허락한다. 내가 자유로운 만큼 동등하게 타인도 자유롭다.

평등은 맹목적이다. 모두의 의견이 존중 받아야 하며, 어떤 인간도 다른 인간보다 우위에 있지 않음을 주장한다. 이는 틀렸다. 어떤 생각은 분명 다른 생각보다 우위에 있고, 어떤 인간은 분명 다른 인간보다 탁월하다. 어떤 이들은 평범하게 태어났고, 어떤 이들은 영웅이 될 자질을 지닌 채 태어난다. 개인의 타고난 재능에 의하여 (그것이 무엇이든 순전히 운에 달렸다!) 삶 전반이 결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평등을 옹호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기만이다. 오히려 대다수의 평범한 대중을 달래려는 기득권의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평범함은 절대 열등한 것이 아니다. 천재성은 성공하기 어렵다. 현대사회에서 성공의 요건은 외려 평범성과 맞닿아 있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영웅이기에 고귀한 것이 아닌, 그들의 탁월성이 낳은 결과가 다른 이들의 결과에 비해 우위에 있는 것이다. 그들의 행위와 그들 존재를 분리해야 한다.

영웅은 권태롭다. 권태롭기에 탁월하다. 권태는 오만과 다르다. 권태는 지루함에 가깝다. 하지만 훨씬 폭발적이고, 생산적이며, 동시에 애정이 가득 담긴 감정이다. 권태롭기에 늘 발전을 도모한다. 그들은 권태로움을 견딜 수 없기에 혁신성을 불태우며, 끊임없이 자신의 중력을 확장해간다. 그는 현 상태에 머무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영웅위엔 언제나 더 큰 영웅이 있다. 그보다 우월한 자들을 동경하기에 끊임없이 독서하고 연구한다. 그것만이 그의 영혼을 자극하고 그 순간 권태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안다. 스탕달은 권태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큰 뜻을 품고 확고한 정신이 갖는 속물들의 야비한 정신에 대한 권리."

그들은 대중에게 동정을 베푼다. 동정은 고차원적인 사랑의 형태다. 타인을 동정할 이유 따위는 없다. 영웅은 권태를 통해 대중을 멸시가 아닌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대중을 동정하기에 넘치는 사랑을 발산한다.

허나 영웅은 늘 위협받는다. 저급한 이들은 영웅이 군림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소인배이다. 다른 이들도 그들과 같이 추악하게 타락하길 원하며 더러운 진창으로 끌어내린다. 그렇기에 영웅은 고독하다. 그들에게는 스스로를 보존할 의무가 있기에 대중을 속일 의무 또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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