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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작성 2022.04.12분류 글주제 인간과 삶

나는 어릴 때부터 자주 거울을 들여다 봤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2살 때 이혼하셨고, 엄마는 늘 새벽까지 일을 나갔다. 누나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고, 집은 늘 고요했다. 내겐 늘 나만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외롭지만 강박적으로 나를 더 깊은 외로움으로 몰아넣었다. 집에서 언제나 홀로 영화를 보면서 영화같은 삶을 꿈꿨기에, 현실 속 사람들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 했다. 그래서 그들과 관계를 단절하고 거부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이들을 밀어냈다. 외로움이 사무쳤지만 나도 날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언제나 울상이었다. 웃어라. 온 세상이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주변사람들은 날 어떻게 생각할 지 고민하게 된게.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은 점심 전에는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늘 뚱해 있었고, 낮에는 말을 걸어도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늘 화나고, 불만 많은 인상이었다.

야자시간에 공부가 하기 싫어 거울을 들여다 봤다. 거울을 볼 때 무의식적으로 가장 자신있는 표정을 짓는 다고 한다. 거울 속에 나는 웃고 있었고, 나는 그게 내 모습인 줄 알았다. 그래서 남들도 그렇게 보이나 하고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그때 실제로 내가 정말 웃지 않는 다는 걸 알았다. 내가 보는 나의 인상과 남들이 보는 나의 인상은 너무나 달랐다.

그날부터 나는 아침에 거울을 보며 억지로 웃는 연습을 했다. 내 웃음은 어디가 고장난 인형처럼 어색하고 소름끼쳤다. 웃지 않으니 웃는 근육이 있을리 만무했다. 눈 웃음을 연습했고, 입은 쥐날 때 까지 옆으로 늘렸다. 길거리를 걸어다닐 땐 의식적으로 미소를 유지했다. 신기하게도 얼굴을 점점 편해지고, 웃음은 자연스러워 지며, 아침에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너무 행복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해사에 가서도 나는 계속 노력했다. 거울을 보면서 웃었고, 입에 카드를 끼워서 입술 근육을 단련했다. 내 인상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늘 ‘사납다, 불만 많아 보인다’라고만 들었었는데, 어느새 ‘편안함을 주고, 웃는 게 이쁘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거울 속에 나는 내가 행동하는 것을 비춘다. 고정되고 정형화된 사물이 아니라 내가 웃으면 거울 속에 나는 따라 웃는다. 거울 속 내가 어떤 모습일지는 순전히 내 의지에 달렸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지는 내가 정할 수 있다. 웃는 연습이 나를 바꾼건 순전히 인상 뿐만은 아니다. 나는 늘 나의 성격의 단점과 내가 되고 싶은 이상향을 기록하고, 연습하고, 실행했다. 그리고 어느순간 거울 속 내가 그토록 바라던 사람이 됐다는 걸 느꼈을 때 이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변한다. 변하고 싶다면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자. 거울 속의 내가 웃고 있는지, 울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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