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mart 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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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게

작성 2022.04.04분류 글주제 예술과 철학

나의 작은 세상에는 벽이 4개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벽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이다. 왼쪽은 창문이다. 한 번도 열린적은 없다. 반투명으로 울렁거려 가끔 몇몇 사람들이 오가는 실루엣이 보인다. 눈, 코, 입이 없는 형체들과 마주할 때면 약간의 메스꺼움과 함께 모든 소리를 멎고 숨죽여 기다린다.

그 오른쪽엔 나무로 된 문이 있는데, 언제나 악취를 풍긴다. 어쩔 때는 들썩들썩 하고 움직이는 이상야릇한 기계들이 높고 날카로운 괴성을 지른다. 그들은 늘 습하고 젖어있다. 그곳에서 오는 대부분은 바싹말라 정갈하게 포개어져 깔끔지만 간혹 어떤 안 마른 옷가지들은 나를 기분 나쁘게 만든다. 눅눅한 불쾌감에 나는 더욱 움츠려든다.

다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면 번지르르한 시체들이 맥 없이 걸려있다. 다리가 11개, 상체가 23개. 매일매일 새롭고 싶은 욕구가 점점 더 휘어진다. 나도 이제 그만해야 할 때임을 안다. 그들은 차분하게 건조되어 생김새 별로 정리되어 있다. 골랐다. 내일은 부패한 예술가다.

마지막 벽은 문짝이 없는 문이다. 문이 없는 것도 문이라 해야 할까? 실은 통로에 더 가깝다고 해야겠지. 그들이 문을 떼어갔다. 투명 구슬을 꿰어놓은 줄을 힘껏 당기면 갈색 줄무늬가 인상적인 커튼이 내려온다. 정확하게 갈색이 교차하지 않는 부분에 멈춰야 한다. 갈색이 아닌 부분에 멈추면 빛이 그대로 들어와 상당히 까다롭다. 문이 없기에 문을 닫을 수도 없다.

중간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가끔 눈을 떠보면 2미터 남짓한 천장이 콧잔등을 때린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 다는데, 내 말은 천장에게 귓속말한다. 내 방에 들어오라 초대하고 싶어도, 차마 용기 낼 수 없다. 천장이 이렇게 내려앉은 날에는 한 사람이 들어가기도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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