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연구소 20. 나의 지배, 호르몬
스스로를 지배하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 모든 것은 내 마음으로부터 피어나고, 발화하며, 끝 맺는다. 인간에게 무한한 잠재력과 가소성이 있다. 만일 진정으로 위대한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20년을 한 작품에 매진해보아라. 그건 분명 인류사에 남을 작품이 될 것이다. 문제는 인간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을 지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이가 차를 능숙히 다룬다는 건 무슨 뜻일까? 그가 엔진의 원리, 열역학, 운동 역학, 조종술 등에 능통하다는 뜻이다. 그는 문제가 생겼을 때 직접 보닛을 열어 수리를 할 수 있고, 어떤 현상 때문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며,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지 알고 있다. 단지 운전을 잘하고 험한 길을 간다고 그가 차를 능숙히 다루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다. 자신을 능숙히 다루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해 알아야 한다. 특히 인간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호르몬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의 성격, 생각, 행동은 모두 도파민, 세르토닌, 아드레날린 등 신경전달물질에 의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한다. 사람마다 성격이 제각기 다른 이유는 사람마다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양과 수용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호르몬이 전부이든 아니든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무언가이긴 하다.
최근에 알게 된 점은 호르몬이 모든 인간에게 똑같이 작용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선천적인 기질이 다르기 때문에 호르몬도 다르게 작용한다. 예를들면 나는 도파민에 민감하고, 세르토닌에 둔하다. 그러니까 자극에 민감하고, 일상적인 안정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다. 똑같이 시간 릴스를 보아도 도파민에 자극되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 나를 지배하기 위해선 이러한 자신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이를 깨닫고 세르토닌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큰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도파민이 줄 지 않으니 과잉 각성 상태가 지속되고, 그 반동으로 우울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일은 여전했다. 여자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여자친구를 만나면 자극적인 일을 하고, 자극적인 걸 먹고, 자극적인 걸 본다. 높아진 도파민이 집에 돌아와 원래대로 돌아오면 일상에 큰 타격을 입는다. 반면 여자친구는 그렇게 해도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와 나의 기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최근에 알게 된 또 다른 점은 호르몬은 마음가짐 만으론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나 환경 자체를 바꾸지 않는 한 생각 만으로 극복하긴 어렵다. 아니 애초에 호르몬이 작용하면 그것을 극복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억제된다. 따라서 애초에 도파민이 요동치는 상황을 절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