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몰입)
우리 삶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나아가서 얼마나 행복하고 만족스러운지는 스스로가 해야 하는 일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 지에 좌우된다. 이를 몰입이라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몰입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몰입 단계에 이르면 우리는 고도의 행복감을 느낀다. 세상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풍만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반대로 어떤 것에도 몰입하지 못할 때 정신은 어지럽고, 마음은 심란하며,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는 기분을 느낀다.
세상에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많고, 우리는 인생의 더 많은 부분에 몰입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우리는 숨을 쉬어야 한다. 하지만 살면서 숨 쉬는 일에 몰입해본 적이 얼마나 있는가? 직접 해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단 5분도 호흡에 몰입하지 못한다. (5분은커녕 1분도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쉬운 것에도 몰입하지 못하는 데 인생 전반적인 몰입이 가능할 리 없다.
우리는 마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집중할 수 있다고 믿지만, 현실은 다르다. 집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금 바로 눈을 감고 딱 1분만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봐라. 숙련된 사람들은 몇 시간이고 몰입 상태에 머물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매우 어렵다. 왜냐면 우리는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부분에서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는 이유는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즉, 구조를 바꾸지 않고서 단순히 의지와 노력만으로 바뀌는 것은 어렵다는 뜻이다.
- 너무 많은 정보
현대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떠다닌다. 거리는 사람들과 자동차로 붐비고, 형형색색의 광고판들, 눈부신 네온 사인, 상업적 홍보물들이 우리의 시선을 강탈한다. 도망갈 곳은 없다. 집으로 돌아오면 수많은 그림과 글들이 있다. 우리 현실에는 너무나 많은 요소가 있다. 더욱이 인터넷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프린스턴 뇌과학 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시 범위에 존재하는 자극들은 시각 시스템의 제한된 처리 능력을 위해 활동을 상호 억제한다. 게임에서 넓은 맵을 동기화하면 용량이 올라가고 컴퓨터가 과부화되는 것처럼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물체가 많을수록 우리 뇌도 과부화된다. 단지 정보들이 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집중력은 빠르게 소모된다.
따라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최대한 제거하고 눈에 띄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집중하고 싶다면 아예 생각이나 고려할 게 없는 환경을 만들어라.
- 너무 많은 일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만약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하나로 정해져 있다면 우리는 방황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은 인간에겐 너무 가혹하고, 처리해야 할 일, 신경써야 할 관계, 배워야 할 것들이 지나치게 많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동시에 처리하려 한다.
하지만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면 많은 일을 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가짜 만족은 느낄 수 있겠지만 결국 시간 낭비다. 우리 뇌가 멀티태스킹을 하지 못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여러 일을 동시에 신경써야 하는 건 굉장한 집중력 낭비다.
따라서 현명한 사람은 예열 단계를 최소화하고 몰입 시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비슷한 업무를 묶어서 처리한다. 시작과 중단의 반복, 논쟁과 토론을 최소화한다. 긴급한 일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얼마나 과장됐는지 판단하고 과감히 무시한다.
해야 할 일이 많다면 비슷한 것끼리 묶고, 차례차례 하나씩 해치워라. 구글 효과를 활용하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걸어놓고 미래에 해야 할 일 리스트를 머리에서 지워버려라.
- 너무 많은 가능성
현대 사회는 우리를 중독시키려 한다.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기 위해서다. 기업들이 소비자를 중독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은 가능성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발전한 기술 덕에 우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졌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누워서 전세계를 여행하고, 억만장자가 되고, 꿈에 그리던 이성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더 많은 가능성은 좋은 걸까?
연구에 따르면 가능성만 있어도 집중력이 하락한다. 바로 도파민 때문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보상을 주는 것일 때 도파민이 분비된다. 핸드폰은 하루에도 수백번 도파민을 분비하게 한다. 심지어 핸드폰을 쓰고 있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무시하는 건 뇌가 의식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작업이다. 핸드폰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한다.
실험 결과 핸드폰을 책상에 두는 것만으로 집중력이 저하됐다. 또 다른 실험에선 워드에 하이퍼링크가 있는 문서를 읽을 때 집중력이 분산 됐다. 우리는 하이퍼링크를 클릭하지 않아도 ‘클릭할까, 말까?’를 매 순간 고민한다.
따라서 집중하기 위해선 가능성 자체를 없애는 게 좋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려 노력하기 보단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라. 군대에 있을 때 핸드폰 생각이 안 나는 건 물리적으로 핸드폰을 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 너무 많은 관계
우리 삶에는 많은 관계들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특히 한국 사회는 공동체 주의와 좁은 국토, 발달된 인터넷과 SNS 등 조건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가 지나치게 넓고 긴밀하다. 사람들의 고민 중 절대 다수는 대인관계 고민이다. 우리 삶의 가장 큰 문제는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마음은 쉽게 지친다.
주변 관계 중 한 명하고만 트러블이 생겨도 일상에 지장이 간다. 인간은 너무 다양해서 이런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만약 내가 100명과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 중 한 명과 트러블이 생길 확률이 훨씬 늘어나는 셈이다. 게다가 우리는 타인을 대할 때 저마다 다른 페르소나를 사용한다. 그러니 많은 사람을 만날수록 더 많은 마음이 내 안에 존재하게 되는 셈이다. 많은 관계는 필연적으로 많은 비밀을 만들기도 한다.
마이클 슬레피언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평균 13개의 비밀을 갖고 있으며 그 중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는 비밀은 47%에 해당했다. 연구결과 이런 비밀들을 간직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손해가 되었다. 중압감과 자존감 하락 등 심리적 비용을 치뤄야 하고, 사람들은 비밀을 숨기는 것보다 그렇게 숨긴 비밀을 생각하는데 2배 많은 시간을 들인다.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선 상투적이고 불필요한 관계는 지양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말 내가 마음 써야 하는 사람들에게만 신경 쓰는 편이 이롭다. SNS를 줄이고, 극단적인 커뮤니티 활동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물론 이런 조건들이 갖추어졌다고 해서 곧바로 몰입의 달인이 되는 건 아니다. 꾸준한 노력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운동과 명상은 필수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운동을 하며 근육의 움직임, 심장 박동, 호흡에 강하게 집중할 수 있고, 명상을 하며 머리를 비우고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삶에 집중하고 해야 할 일에 몰입하는 건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걸 넘어 필수적이다.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확실한 방법(몰입)이 있고, 그것에 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운동과 명상)이 있는데 왜 하지 않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단 1분이라도 하는 것과 아예 안 하는 것은 정말 큰 차이다. 내 생각에 이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