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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회귀와 결합오류

작성 2024.01.21분류 글주제 인간과 삶

인간의 사고에는 두 개의 시스템이 있다. 본능과 관계된 자동적 사고를 담당하는 시스템 1,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담당하는 시스템 2. 그리고 이 두 시스템 사이의 부조화로 발생하는 게 바로 “편향”이다. 나는 이런 수많은 편향을 인간의 나약함이라고 표현하지만 그것보단 “인간다움”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우리는 자주 기저율보다는 대표성에 근거해서 비합리적인 추론을 한다. 기저율이란 어떤 요소가 통계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를테면 자루에 빨강, 초록, 파랑 구슬이 들어있을 때 특정 구슬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것이다. 더 쉽게 얘기하면 해당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기저율이라 할 수 있다. (한 번 꺼내서 빨간 구슬을 뽑을 확률 = 빨간 구슬 개수 / 전체 구슬 개수). 기저율보다 대표성에 근거한다는 것은 우리가 수학적 확률이나 판단보다는 인문학적 인과관계에 더욱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우리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법정에서 오심을 한다거나, 비행기의 사고 확률을 과대 해석 하거나, 도박에 빠지거나, 복권을 사기도 한다. 물론 이 사실 자체는 지극히 인간다운 것이지만 이를 이용해 사람들을 착취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선 그런 도덕적 이야기는 차치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가 그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기저율보다 대표성에 근거해 추론하기 때문이고, 기저율보다 대표성에 근거해 추론하는 이유는 인간의 뇌는 합계보다는 평균에 더욱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를 결합 오류라 한다. 사람들은 결합된 두 사건(A+B)과 그중 한 사건(A)을 직접 비교할 때 결합된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수학적으로는 A+B보다 A가 더 큰 범주이기에 A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럼에도 A+B를 더 가능성 있게 평가하는 것은 사람들은 A+B를 그 평균 C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잘 이해가 안 간다면 아래 예시를 보자.

A세트 = 멀쩡한 접시 10개 + 금 간 접시 5개

B세트 = 멀쩡한 접시 10개

어느 세트가 더 가치있는가? 수학적으론 당연히 A세트다 가치의 합이 B보다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사람들은 B세트에 더 큰 가치를 매긴다. 즉 사람들은 합계보단 평균에 주목한다. A세트의 개별 접시 평균은 B세트 평균보다 낮다. A+B와 A 가 아니라 C와 A로 보고 평가하기 때문에 수학적인 건 건너뛰고 인과관계를 씌워서 생각하는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 사실이 우리 일상 곳곳에 퍼져있음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처음으로 간 맛집에서 아주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는데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땐 실망했다면 우리는 A+B가 아니라 그 평균 C로 생각한다. 이 식당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이 바뀌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평균 회귀라는 현상이다. 연구에 따르면 상관계수가 1 (완벽한 인과관계 = 다리가 길어지면 키가 커진다.)가 아닌 현상들은 대부분 평균 회귀 현상이 일어난다. 즉, 처음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했다면 다음에는 당연히 그보다 덜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똑똑한 여자가 그녀보다 멍청한 남자와 결혼하는 경향이 있는 건 그녀가 지적 허영심에 가득 차서가 아니라 똑똑한 여자보다 더 똑똑한 남자가 확률상 적기에 평균 회귀가 된 것이다.

연애는 평균 회귀와 결합오류 때문에 엉망진창이 된다. 남녀는 서로의 본능적인 끌림에 따라 강렬하게 사랑한다. 연애 초반에는 모든 게 만족스럽고 사랑스럽다. 행복하고 짜릿했던 기억들만 쌓인다. 하지만 평균 회귀에 따라 그 다음에는 당연히 그보다 나쁠 수 밖에 없다. 평균은 마치 벗어날 수 없는 중력처럼 둘의 관계를 꽉 잡고 있지만 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는 남녀는 헛된 희망을 꿈꾸며 발버둥친다.

그렇게 연애의 굴곡이 만들어지면 좋았던 건 좋은 대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뒤섞여 평균으로 만들어버린다. 기억은 결코 사실의 파편이 아니며 오히려 돌에서 금을 만들어 내는 연금술에 가깝다. 우리는 감정에 따라 없는 기억도 만들어내고, 있는 기억들을 왜곡한다. 물감의 개별 색들은 형형색색으로 아름답지만 물통에 그것들을 전부 섞으면 지저분한 흑색으로 변한다. 행복하기만 했던 연애의 기억들은 개별적으로 남아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 하기 보단 시간 지날수록 마구 섞여 혼탁해진다.

자극적인 사랑만 원하는 사람들은 메마른 땅을 적셔 줄 부어줄 홍수같은 파트너를 원하지만 자신의 빈 곳을 메우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평균회귀와 결합오류는 가장 인간적인 것이며, 이 역시 거스를 수 없다. 다만 우리의 삶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어떻게 보면 사랑은 너와 나 그리고 우리의 평균이다. 사랑의 좋은 날도 나쁜 날도 결국 지나갈 것이며, 상대를 평생 좋아하지도, 평생 싫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랑은 떠나 갈 것은 결국 떠나고, 남을 것은 결국 남는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사랑은 그 무엇보다 가벼운 마음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 고린도전서 13장 4-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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