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의 늪
대한민국은 몇 년 전부터 자기개발 붐이다. 서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는 에세이집 아니면 자기개발서이다. 해사에 다닐 때 나는 자기개발서에 강한 거부감을 가졌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것만 ‘자기개발’의 속할 수 있다는 것의 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자기개발은 문학을 읽는 것 (혹은 다양한 분야의 양서를 읽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사를 나오고 자기개발서를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러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됐다. 오히려 자기개발서에 중독됐다. 자기개발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허울좋은 말만 늘어놓으면 일명 “성공학”을 팔아먹는 책팔이류, 일상과 관련되어 자기를 통제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책들, 비즈니스나 다소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는 책들 등.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읽었다. 내가 읽었던 많은 책들이 그동안 감고 있었던 제 3의 눈을 뜨게 해주는 좋은 책이었다. 왜 이 책이 베스트셀러이고, 왜 혁신적이라는 말을 듣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자기개발서만 주로 읽는다. 하지만 수십 권의 자기개발서를 읽으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자기개발의 늪에 빠졌다.
자기개발서를 읽으면 뭔가 깨달은 느낌을 받는다. 책에 써있는 내용은 무지 간단하고 쉬워보이기도 하고,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감각이 나쁘지만은 않다. 성장의 강한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헛된 기대나 망상을 심어주고, 감정을 건드려서 이성적인 판단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분명 자기개발서를 읽고 이 과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자기개발서에는 나오지 않은 무수히 많은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자기개발서는 그저 겉핡기였다. 이를테면 나는 그냥 목차만 읽은 셈이다. 거의 모든 자기개발서는 “이런 게 있다.”만 알려줄 뿐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게 돈을 버는 비법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실용성이 없다.
미국의 창업가 daly는 자기개발서를 읽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기개발서는 독자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끼게 만들어 그 빈틈을 파고 든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자기개발서를 탐닉했지만 실제 스타트업을 시작한 후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그는 자기개발서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언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을 듣고 익히라고 말한다. 또, 그런 것들을 아는 것보다 실제 생활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마 그는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와 약간 다르게 자기개발서를 읽으면 묘하게 기분이 업된다. 내가 정말 뭐라도 된 것 같고, 뭐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준다. 자기개발서는 이른바 “애매한 유용성”을 가지고 있어 중독적이고, 읽는 것만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어 흥분시킨다. 그 기분이 자기개발서를 사고 읽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실행하려고 보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실용서에 대한 강한 필요를 느꼈다. 탁상공론이나 그럴싸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선을 연결하는 방법부터 알려주는 책이 필요하다.
애석하게도 그런 책은 정말 드물다. 그러니까 책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라는 이야기다. 내게 진짜 도움이 되는 알짜 정보는 실제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질리는 이야기지만 동료와 멘토가 필요하다. 우리 프로젝트의 물건을 대주시는 친구의 삼촌은 메가커피의 창업자와 같이 일한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커넥션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스티브 워즈니악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이미 알지만 지레 겁먹어 시도도 안 하고 있는 걸까?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