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일
이렇게 글을 써가면서 즉석에서 든 생각이 아무래도 나는 제너럴리스트의 재목이 아닌 것 같다. 난 유독 전환이 느리고 여러가지를 왔다 갔다 하는 효율이 낮은 사람이다. 작업을 할 때도 1시간씩 끊어서 하기보단 4~5시간을 한번에 집중하는 게 더 잘 된다. 나는 오히려 한 가지 업무에 몰두할 때 더 능률적인 사람인 것 같다. 며칠 전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라는 주장을 했을 때만 해도 나 스스로가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자면 나는 역시 아닌 듯 하다. (이것조차 너무 극단적인 생각인가?)
이렇게 된 이상 “제너럴리스트가 되는 게 그리 좋은건가?”라는 포지션을 취할 수 밖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뭔가. 내가 하는 일들이 어떻게든 나를 옳게 된 방향으로 이끌 것이란 걸 안다. 일찍이 나는 더 길게 보기로 했었다. 당장 1~2년 사이에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 믿는 것이 정신병일 것이다. 10년 20년 안에, 혹은 그보다 더 후에는 말이다. 이런 생각이 책임을 미루고 도망치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지금 당장 조급해서 심장을 옥죄는 것보단 낫다.
나는 최근에 수익화 자체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제너럴리스트로서 돈을 버는 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아주 작은 기술이라도 있으면 10만원이라도 벌 수 있다. 결국 돌고 돌아 똑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르다. “그래서 결국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따지자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수 있다. 다만 내가 왜 그걸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는 상당히 달라졌다. 나는 시간이 갈수록 욕심이 없어지고 현실감각이 생기는 듯하다. 야망이 줄고, 현실에 순응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나는 “적응”이라 생각하겠다. 내가 꿈을 가지고 있는 한 괜찮다고 생각한다.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왕 영정이 가장 총애했던 “이사”에 관한 일화가 있다. 이사는 초나라의 말단 관리였다. 그가 변소에서 용변을 보는 도중 한 마리의 쥐가 있었는데 삐쩍 말랐고 작은 소리에도 겁을 먹고 달아났다. 반면 얼마 후 창고에서도 쥐를 봤는데, 그곳 쥐는 통통하게 살이 올랐고 사람이 와도 도망가지 않았다. 이를 본 이사는 쥐나 사람이나 환경에 좌지우지되고 큰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에 이사가 한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초나라 관리직을 때려치고 제나라로 넘어가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몇 년 간 학문을 익힌 이사는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다고 판단해 기회의 땅 진나라로 넘어가 여불위의 눈에 띄었고 왕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왕을 만난 이사는 그동안 갈고닦은 자신의 역량을 왕에게 어필했고, 진나라가 중국을 통일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큰 일을 하고 싶다면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큰 기회를 잡고 싶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나는 큰 일을 하기 위해 해사를 나왔다. 근데 내가 향한 곳은 다름아닌 집이다. 과연 여기서 내가 큰 일을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큰 일을 하기 위해선 배워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사가 큰 일을 하기 위해 제나라로 가서 농사짓는 법을 배우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 지 익혀라. 정승제 강사는 강력하게 주장했다. “열심히 하려 하지 말고 그냥 해라.” 열심히 하려다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