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정수
사람은 정말이지 타인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그 타인이 “나”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람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 받지 못한다는 이 감정은 아주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이다. 누구에게나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딜레마적인 상황은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가져도 되느냐 하는 것이다. 이건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나”들이 공감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쩌면 일너 감정을 갖는 것은 멍청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대답은 “충분히 그럴 수 있고, 그래도 되며,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러니까 인류는 어찌보면 굉장히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우린 모두 제각기 다르지만, “그렇게” 다르지는 않다. 우리의 수명은 한정적이며 인간이 경험하는 상황이나 감정이라고 해봤자 대개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과거부터 모든 사람이 겪어왔던 것이란 걸 깨닫게 된다면 문득 이 모든 게 의미없이 느껴지곤 한다. 인간은 자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별성을 강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남들도 다 하는 것이라면 특별할 게 있나?” 라는 것이다.
모순적으로 들릴 지 모르겠지만 그건 모두에게 해당되지만 동시에 “나”의 일이기 때문에 특별하다. 적어도 “나”는 그것을 처음 겪어 보았고, 나의 세상에서 그것은 유일무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네가 겪고 있는 상황은 아주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나도 겪어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그것과 너의 그것이 동일한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한 집착과 답답함, 무기력함과 불안함은 많은 이들이 겪었지만 동시에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건 나도 겪어본 것이고, 이렇게 하면 되더라, 저렇게 하면 되더라, 혹은 금방 지나가더라.” 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라는 게임에는 수많은 갈림길과 선택지가 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것을 일일이 확인하고 클리어 하지 않아도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인생은 어떠한가?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 중 우리가 꼭 선택하고 거쳐가야 한다고 믿는 것들은 실제로는 선택하지 않아도 전혀 지장이 없다. 다만 남들이 선택하지 않은 1%의 선택지를 골랐을 뿐이다. 99%의 선택지는 옳고, 1% 선택지는 그른가?
더군다나 인생은 게임처럼 단순하지 않다. 셀 수 없이 많은 갈림길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갈림길 중 뭐가 최선인지, 심지어는 어떤 갈림길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 물론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없을 것이며, 때로는 가장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우리에게 샛길을 열어주고, 실패를 만회할 기회를 준다. 또 최악으로 보였던 선택이 사실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나는 인생을 그런 식으로 대한다.
그러나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살자.”는 게 아니다. 분명 매순간 적절하지 못한 선택을 반복하면 게임은 배드엔딩으로 흐른다. 인생도 비슷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류의 선택들이 나를 더 이롭게 하는 지 배워야 한다. 그건 대화에서, 경험에서, 책에서 배울 수 있다. “옳은 길은 모르지만 틀린 길은 확실히 존재한다.”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많다. 나는 나를 통제하고, 규율을 세우고, 사사건건 절제한다. 그들은 나의 삶의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빡빡하고 나에게 엄격하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 내 방식이 가장 최상의 선택은 아닐 지 모르지만 나의 가치관은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는 느끼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것을 많이 보았다. 아마도 문제 인식과 해결 사이에는 넘기 어려운 어떤 간극이 있는 듯하다. 나는 이걸 [문제적 사고] 라고 ****불렀다. 문제적 사고는 아주 간단하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하면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에 따라 개선행동을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나의 행동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나도 남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분투하고 싶다.
나는 군인으로서의 삶과 나의 미래에 대해서 문제 의식을 느꼈고 해사를 나왔다. 해사를 나온 후 앞으로의 거취에 문제 의식을 느껴 이런 저런 공부를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밀려오는 무기력감과 우울에 문제의식을 느껴 글을 쓰고 방법을 찾아 실험했다. 여자친구와의 관계에서 문제 의식을 느껴 그녀와 이별했다. 나는 일일, 주간, 월간, 연간 계획을 짜고, 수정하고, 만들고 없앴다. 문제가 되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 루틴을 만들고 수정하고 없앴다. 수많은 시스템을 만들었다가, 수정했다가, 폐기하고를 반복했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봤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가기도 하고 늘어지게 자보기도 했다. 하루종일 일하기도 하고, 9 to 6로 정해 놓기도 했다. 명상을 익히고, 운동을 꾸준히 했다. 속이 더부룩하면 곧 바로 야식을 끊었다.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쇼츠와 릴스를 끊었다. 수분 부족으로 머리가 아프자 텀블러를 들고 다녔다. 유튜브를 많이 보니 프리미엄을 해지했다. 술 때문에 컨다션이 안 좋아져 술을 줄였다. …
정말 단순하다. 문제가 되는 행동을 식별했다면 줄이고, 끊었다. 내 삶을 더 발전적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만들고 실험하고 유지하거나 폐지했다. 세어 보진 않았지만 족히 수십 개는 된다.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2년 간 나의 노션 기록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그러면서 느낀 것은 이것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문제해결이라는 선택지 자체를 모르며, 알고 있더라도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른다. 이에 관해 유념하고 있는 나조차도 가끔 문제 자체에 집중해서 해결할 생각을 못하기도 하는 걸 보면 더더욱 그렇다.
딱 한 끗 차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마음 먹는 것.” 마음먹으면 방법을 찾을 것이고, 행동할 것이다. 혼자 곰곰히 생각해봤고,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해결할 방법을 모르겠으면 비슷한 상황을 겪은 타인에게 물어보기라도 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대단하게 보기도 하고, 한심하게 보기도 하며,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 글이 뻔하게 들릴 수도 있다. 주제 넘거나, 건방지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별다른 감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찾은 인생의 정수다. 문제를 인식했다면 우리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전과 같은 답을 내놓는다면 다시 비슷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 답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새로운 답이 제일 좋은 결과를 내놓지 못 할 수도, 혹은 더 안 좋은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최선을 찾아내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문제될 건 없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고쳐낼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상황 속에 나를 두지 마라. 온 힘을 다해, 적극적으로 나를 구제하라.”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주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이다.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대부분 멍청한 의견일 확률이 높다. 중요한 것은 실험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보니 내가 해왔던 현명한 해답과 멍청한 해답이 보였다. 나의 상황에선 그녀를 계속 만난 것은 멍청한 해답이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지금 여자친구를 만난 건 현명한 해답이었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복잡해서 이런 것들을 모델화 할 수 없다. 그때 그때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뿐이다. 그러나 계속 반복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마음만 유지한다면 문제될 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