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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최선을 다해야 하죠?

작성 2023.10.24분류 글주제 인간과 삶

한국에서 몰입이론을 대중화 시키는데 일조한 서울대 황농문 교수의 강연을 유튜브로 들었다. 몰입의 원리나 중요성 등을 설명하는 강연이었는데 그 중 나의 이목을 끄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몰입이란 목숨이 위급한 급박한 상황에서 집중하는 것을 의미하며, 우리 뇌가 우리가 위급한 상황에 처했다고 믿게 해야 몰입이 된다고 한다. 즉, 몰입한다는 것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는 두 대학원생의 예시를 들었다. 한 학생은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몰입했다. 반면 다른 학생은 왜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를 질문했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과 황농문 교수는 웃었다.

“왜 최선을 다해야 하죠?”

“그래야 경쟁력이 있으니까”

“왜 경쟁력이 있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넌 약자가 되니까”

“왜 약자가 되면 안되죠?”

그는 마치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넘어갔다. 황농문 교수를 포함한 강연장의 사람들은 저 질문을 한 학생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저렇게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질문은 버릇없는 것이며, 저런 태도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나는 물론 최선을 다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몰입한 학생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분명 성공할 것이다. 최선과 몰입에 대해 반대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나는 두번째 학생의 질문이 아주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뭘 무너뜨려야 할 지는 알지만, 그 폐허 위에 뭘 세워야 할 지는 모른다.”

- 그리스인 조르바 中

우리 사회의 정말 많은 행동에서 철학이 없다. 철학이 없으니 올바른 철학, 그러니까 우리에게 이로운 비전이 있을리 만무하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싶고, 만들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어디서 따박따박 말대꾸야”같은 말을 들으며 건방진 태도가 된다.

몰입하는 삶은 개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황농문 교수가 말했던 것이 몰입을 해야 하는 이유라면 우리 사회는 무한 경쟁 사회로 향할 것이다. 몰입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강자는 당연히 약자를 집어삼켜야 하는 그런 사회 말이다. 몰입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몰입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사회가 불행해지는데 개인이 행복해질 수 있는가? 개인이 행복해지자고 불행한 사회를 만든다면 결과적으로 다시 불행한 개인을 낳을 뿐이다. (물론 황농문 박사의 의견이 불행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맞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지만 나는 예를 들어 말한 것이니 이해바란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자주 권위에 복종하고 (홉스테드의 차원이론에서 대한민국의 권위존중지수는 전세계 최상위권이었다. 복종이라 할 만 하다.),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치열하고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느끼고,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뒤쳐지고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황농문 교수는 이 강연 초두에서 질문하고 답하는 소크라테스 교육법을 주장했는데, 정작 그 소크라테스 공부법으로 질문을 했던 대학원생은 잘못되었다 생각했다.

무너뜨려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뭘 세울 지 고민하지 않고 무너뜨리기만 한다면 세상은 폐허가 될 것이다. 우리는 뭘 세워야 하는가? 바로 선이다. 선은 더 나은 삶이다. 모든 부분에서 우리는 선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선에 관해선 이전 글들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따로 적지 않겠다. 최선을 다해 만들고자 하는 것이 선이 되려면 왜를 알아야 한다. “왜 최선을 다해야 하는가?” “최선을 다하는 게 어떻게 선을 만들 수 있는가?”

(“그럼 뭘 세워야 하는데? 너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아무도 잘 알지 못하니까 이제부터라도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다. 뒤에서 팔짱끼고 어디 한 번 해봐라는 식으로 구경하는 건 정말 무책임하고 바보같은 행동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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