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랜드
phase 1
영화는 배우 지망생 미아 돌란과 재즈를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세바스찬이 LA에서 각자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그렸다. 번번히 오디션에서 떨어지지만 할리우드 커피숍에서 일하면서 대배우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당당히 도전하는 미아, 그리고 딱 한 곡을 멋대로 쳤다고 크리스마스에 해고됐지만 죽어가는 재즈를 살리기 위해 자신만의 클럽을 오픈할 거라 외치는 세바스찬은 비슷한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phase 2
그러나 꿈이 늘 영화처럼 대번에 이뤄지는 건 아니다. 미아는 매번 오디션에서 낙방했고, 호기롭게 일인극 각본을 짠 뒤 공연했지만 텅 빈 극장에서 공연을 마치며 대관료도 내지 못하는 망신을 겪어야 했다. 세바스찬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정기적인 일자리도 없이 근근히 먹고 사는 자신의 모습이 미아를 만족시키지 못 할 거라 생각했고, 결국 돈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키이스가 이끄는 밴드에 들어가 투어를 시작했다. 인기는 얻었지만 바빠진 세바스찬과 미아의 관계는 소원해졌고, 급기야 세바스찬은 왜 꿈을 포기했냐는 미아의 말에 “네가 원한 건 이런 거잖아.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이제와서 그래?”라 말하며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phase 3
결말에 와서는 미아는 캐스팅 되어 파리로 떠나게 됐고 세바스찬과는 앞으로 서로의 꿈을 향해 다시 달려가보기로 하고 이별하게 된다. 5년이 지나고 세바스찬은 꿈에 그리던 재즈바를 열어 성황리에 운여했고, 미아는 유명한 배우가 되었다. 둘은 우연히 바에서 만나 “만약 그때 우리가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한 뒤 씁씁한 미소를 서로에게 보내며 각자의 길을 떠난다.
라라랜드는 내가 기억하는 것만 3~4번은 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영화가 끝나고 씁씁하면서도 강한 여운이 남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라라랜드를 봤을 때는 phase 1에 강하게 몰입했다. LA에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풍경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고 싶었고, 살 수 있을 거란 꿈을 꿨다. 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나를 위해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젊고 패기 넘치는 꿈에 가득 차있었다.
그러나 어제 영화를 봤을 땐 나 스스로가 phase 2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꼈다. 동경하던 City of stars는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만은 않았다. 별들이 빛나기 위해선 무한에 가까운 공간을 암흑물질로 채워야 했다. 대부분의 공간은 어둠이며 그 중 유독 밝게 빛나는 별들만이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주었다. 어릴 땐 저 별들이 나만을 위해 빛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실 그 별들은 내가 있든 없든, 그 자체만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아주 멀리에서.
phase 2가 우리의 우울을 자극하는 이유는 이렇게 많은 별 중 나의 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맞이할 좌절감과 불안, 슬픔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밝은 별들은 우리를 꿈꾸게 해 우주로 나아가게 했지만 막상 우주에 나와보니 무중력에서 애처롭게 떠있는 나만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phase 1에서 시작한 많은 사람들, 아니 거의 전부가 phase 2에 도달할 것이다. 무너지고, 타협하고, 포기할 것이다. 계속되는 실패 때문이든,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든 우리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평생 천문대에 앉아서 별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아와 세바스찬은 phase 3에 이르러서 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별이 되기 위해 밤이 아닌 낮에 천문대에 갔다.
영화 초반에는 둘 다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음을 주장했지만 사실 그 둘은 별다른 선택권이 없이 끌려다니기만 했다. 선택권은 고용주, 캐스팅 당담자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둘은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별을 보기만 할 것인지, 별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둘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로 서로를 떠나 성장했다.
모든 인간에겐 잠재력이 있다. 과연 나의 잠재력만이 특별한 것일까? 진짜 특별한 것은 잠재력을 유의미한 결과로 바꾸려는 결심과 노력이다. 나는 Phase 2에 있다. 이 단계가 얼마나 길진 모르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다면 언젠간 phase 3에 다다를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