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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멍청해지고 있을까? 2. 나의 주장

작성 2023.10.09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의견이 주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자 해당 주제에 다양한 근거들을 생각해봤고, 결과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점점 멍청해지고 있다는 의견에 반대하게 됐다. 적어도 사람들은 멍청해지고 있는 것은 아니며, 심지어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 여기서 말하는 똑똑함이란 상당히 왜곡되고 편협한 개념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나는 똑똑함을 더 많이 알고, 활용하는 능력이라 정의하겠다.

1) 학력수준은 장기적으로 계속 상승한다.

100년 전만 해도 초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학력 수준이 똑똑함의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류가 점점 멍청해지고 있다는 주장에는 반하는 내용이다. 인류 역사에서 대부분의 인류는 노예거나 농민이었다. 모든 세대를 통틀어 모국어가 아닌 제 2외국어를 2, 3개 씩 배우고, 수학, 과학, 문학, 사회, 예술 등을 골고루 배우는 경우는 없었다. 이러한 흐름은 항상 시간에 정비례하진 않더라도 꾸준한 우상향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2) 발언권의 문제

과거에는 주로 지식인만 발언권이 있었다. 매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책이나, 신문, 뉴스 등이 정보를 얻는 주요 채널이었다. 그런 곳에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지식인이다. 그렇다는 말은 사회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의견이나 발언들은 대부분 지식인에 의한 것이었고, 누구나 글을 발행할 수 있는 지금보다 훨씬 더 정제되어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출판 부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똑똑한 사람이 줄었다기보단 멍청한 사람도 글을 쓸 수 있게 됐기 떄문에 농도가 희석된 것이다.

3) 기술과 구조적 문제

기술과 구조적 문제로 사람들이 점점 더 멍청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많이 반응하는 컨텐츠를 더 자주 보여준다. 그 말은 자극적인 컨텐츠들이 당연히 반응이 더 많을 수밖에 없으니, 그런 컨텐츠들만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처럼 보여진다는 것이다. 비단 알고리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하나가 잘 되면 그만큼 다른 것들을 끌어올려 균형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불균형을 이용해 수요가 많은 것들을 더 위로 끌어올린다. 자본주의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서점에 가보면 죽떡먹 에세이만 보이고, 웹툰은 회귀물 공장식 웹툰만 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이 진입장벽이 낮고, 그래서 필연적으로 수요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선 잘 되는 것을 대량생산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시장은 획일화된다. 이것은 큰 문제이지만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점점 더 멍청해지고 있다는 근거가 되기엔 어렵다. 지적인 컨텐츠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있기 때문이다.

3) 세상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복잡성의 법칙에서 밝힌 바와 같이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우리는 예전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익혀야 한다. 우리는 대체로 예전에는 알고 있던 것들을 그대로 아는 것과 동시에 예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개념을 새로 알아야 한다. 물론 한자는 100년 전 사람들이 더 잘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얼마나 능숙하게 하는 지와는 별개로 우리는 한자도 알아야 하고, 영어도 알고, 프로그램 언어도 알고, 수학도 해야 한다.

4) 시대마다 무엇을 자세히 알아야 하는지 기준이 다르다.

세상 사람들이 멍청해지고 있다는 근거로 옛날에 비해 상식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그 상식이라는 개념이 참 애매하다. 그땐 상식이 지금은 아닐 수 있고, 지금 상식이 그 때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기 때문이다. 먼 과거에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게 상식이었다.

요즘 아이들이 아날로그 시계 읽는 법을 모르는 게 문제라고 한다. 어느정도 문제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멍청화의 근거가 되긴 힘들다. 만약 10년 후엔 아날로그 시계가 단 한 개도 남지 않아서 아날로그 시계 읽는 법이 필요 없어진다면? 그럼 세상 사람들이 멍청해진 것일까? 역사는 스위치를 키고 끄는 것처럼 딱딱 진행되는 게 아니라 점차적인 과정이다. 시계는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고 서서히 없어질 것이고, 아날로그 시계를 읽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결국 모두가 못 읽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지금 별을 보며 항해하는 법을 모른다고 스스로를 멍청하다 생각하는가?

만약 시계가 사라져 아날로그 시계를 읽는 법을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 멍청해진 결과가 아니라면 지금 아이들이 아날로그 시계를 읽지 못하게 되는 과정도 멍청해지는 과정이 아니라는 얘기다.

5) 변화는 연속성을 봐야 한다.

“100년 전 1000년 전과 비교하면 너무 극단적이다”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분명 멍청해지고 있는 게 맞지 않냐.”라고 말이다. 일리는 있지만 동의할 수 없다.

과거 로마제국에는 상수도라는 시설이 있었다. 큰 도시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산에 있는 물을 끌어다 쓰는 교량이었다. 이 상수도는 가까이서 보면 기울기가 0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미세한 기울기가 있어 물이 아래로 흐르게 된다. 단편적으로 보면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멀리 조망하면 분명 기울기가 있고 물은 흐른다.

마찬가지로 5년 전 10년 전만 보면 우리가 멍청해지고 있다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는 분명히 똑똑함으로 우상향 중이다. 주식상황에 따라 지수가 일정 부분 감소하지만 결국에 우상향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 지수가 하락했다고 지수가 점점 하락하고 있다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다. 분명 지수는 점점 상승하는 중이다.

6) 학업성취도가 떨어졌다의 반론.

학력 수준과 달리 학업성취도는 똑똑함과 멍청함의 기준이 되기 어렵다. 학업성취도는 너무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이번만 해도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이 학업성취도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학업성취도로 멍청화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려면 학업성취도가 장기적으로도 떨어질 것이란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내 생각으론 앞으로 정부가 우민화 정책을 펼쳐 공교육을 서서히 해체시키지 않는 이상 유의미한 증거가 나오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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