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공회전
생각이 일정한 흐름을 타고 발전하는 게 아닌 제자리에서 맴도는 현상을 “생각의 공회전”이라 명명했다. 생각의 공회전을 인지한 것은 최근 일이다. 나는 언제나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최근에는 창의적인 일을 해야 해서 더욱 그랬다. 작업을 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잠시 멈춰서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복기하면 ‘도대체 이만큼을 하는 데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쓴거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문제를 인식하자 원인을 생각해봤다. 그 원인은 생각의 공회전 때문이었다. 고민 시간이 너무 길었다. 고민을 한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멍 때리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들어 회의를 하던 중 상대가 질문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 그러면 나는 그것에 대해 골몰히 생각하고 집중하기 보단 한 가지 단어나 개념에 사로잡혀 빙빙돈다. “흠 글쎄.” 5분간 고민 후 나의 대답이다. 5분 동안 나는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않았다.
생각의 공회전은 비단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니었다. 생각의 발전은 무의식적 우연의 결과거나, 혹은 엄청난 노력과 에너지가 수반되는 일이다. 우리는 늘상 그렇게 살진 않는다.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를 줄여 생존 확률을 높이는 전략의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사회는 그 에너지를 낭비하는 쪽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굳이 굳이 문제를 찾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내려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
생각의 공회전은 두려움과 결합되면 가공할 힘을 갖는다. 가끔은 아침에 침대에서 나오기 두려운 아침이 있다. 오늘 하루, 미래에 대한 흐릿한 시야를 가진 날이다. 우리는 무언가 두려우면 아예 쳐다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러 핑계를 대며 그 상황을 피하려 한다. 이를테면 잠을 못 자 피곤하다는 것이다. 어둠은 인간에게 두려움을 준다. 심지어 구조를 잘 아는 집에서도 깜깜하면 무섭다. 그냥 내 눈에 보인다 안 보인다의 차이일 뿐 집은 그대로고 전혀 다른 게 없다. 생각의 공회전은 불을 켜거나 마음을 추스릴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두려움만 느끼고 벌벌 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생각의 공회전으로 침대 밖을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생각의 공회전을 극복하기 위해선 불을 밝혀야 한다. 그냥 멍하니 앉아서 불을 켤 수 있는가? 정전됐으면 온 서랍을 뒤져서 양초와 라이터를 찾고 불을 켜야 한다. 그러니 공책과 펜을 갖고 앉아서 하나하나 정리해보자. 이렇게 공책에 적는 것이 실제로 굉장한 도움을 준다. 또 생각의 공회전을 인식하는 것 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어둠의 두려움은 실제 나의 위협이 아니라 그저 내 상상의 결과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다.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있다면 생각의 공회전이 일어났을 때 그것을 인지하고 다른 문제로 일단 넘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