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PR
“그래서 너는 요즘 뭐해?” “별 건 아니고, 나는 ~~~거 하고 있어. 아직 준비단계야.” “와 대단하다.”
근 한 달 간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이런 레파토리를 따랐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어쩐지 내 계획을 말할 때마다 어깨가 으쓱해진다는 점이다. 난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않았고, 어떤 결과도 보지 못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그저 계획일 뿐이고, 그나마 시작한 것도 언제든지 엎을 수 있는 초기 단계다. 근데 나는 마치 이것이 내 업적인 것처럼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를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는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녔다.
이상적인 계획을 말하는 것이 그 자체로 말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주어 실행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보았다. 그런 성취감은 계획을 달성한 후에 느껴야 하는 것인데 계획단계에서부터 이미 느껴버려서 달성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한다. 사람들의 흘러가는 듯 말하는 칭찬과 인정이 실은 독약이었던 셈이다.
나는 멈칫했다. 내가 인정받고 싶어서 내 계획을 말해왔고, 만약 상대가 내가 예상한 반응을 안 보이면 실망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드려 했고, 익히 알다시피 완벽주의의 말로는 그리 완벽하지 못하다.
굳이 내가 얼마나 잘난 계획을 갖고 있고, 내가 남들과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떠벌리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한 가지 걱정인 것은 요즘이 자기 PR의 시대라는 점이다. SNS를 통해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자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어필한다. 물론 그들이 실제로 그런지, 아니면 모니터 뒤에 비극적인 삶을 감추려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게 먹히기는 한다.
시대에 변화에 적응한다는 생각이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게 한다. 인플루언서니, 퍼스널 브랜딩이니 하는 것들은 결국 자신을 과장하고 이상적으로 포장해서 대중에게 상품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요새는 시대가 변했으니 그렇게 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과거의 부자들은 스스로를 드러내길 극도로 꺼려했는데, 요즘 시대의 부자들은 프라이버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져있는 요즘이다. 익명으로 나를 알리는 게 좋을까? 주변 사람에겐 침묵하고, 대외적으로 알리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조용히 은둔하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