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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 관한 고찰

작성 2023.02.11분류 글주제 예술과 철학

삶은 고통이고 혼돈이다. 삶은 비정상 상태이며 선택가능하다.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가? 자살은 삶에 대한 선택이지 죽음에 대한 선택이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삶의 혼돈은 더욱 가중된다. 죽음은 질서에 속한다. 질서, 삶, 무엇이 옳냐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도 옳고 그르지 않다. 다만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게 이롭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선은 질서, 악은 혼돈이다. 질서는 곧 통제이며 인간은 통제를 통해 (문화, 종교, 법 등) 선을 지켜왔다. 선과 악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없다. 선이 있어 악도 있고, 극단적인 선은 악 만큼이나 해롭다. 그리스도는 심판하지 말라 하였다. 선과 악은 스펙트럼이고 동전 뒤집듯이 바뀔 수 있는 변장의 귀재다. 선이 지나치게 강해지면 곧 죽음과 같다. 악이 강해져도 마찬가지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심판을 유예하는 것이 “선과 악은 없다”는 상대주의나 허무주의로 빠져선 안 된다. 악한 행동은 분명히 있다. 바로 나와 타인을 엄격하게 구분해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다. 우리는 긴밀한 관계 속에 있다. 누군가에게 해를 입히면 내게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해가 나에게 돌아올 수도 있고, 내가 누군가를 해치면 법이 나를 해칠 수도 있다. 우리가 정녕 분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스도는 하늘나라가 내면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귀가 있는 자들만 듣고, 눈이 있는 자들만 본다고 하였다. 바로 무지를 말하는 것이다. 천국과 지옥을 고르라면 당연하게 천국을 고를 것이다. 허나 많은 이들이 천국과 지옥을 구별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존재조차 모르기에 무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도는 또한 나를 남처럼, 남을 나처럼 대하라 했다. 즉, 우리는 한 몸이며, 한 영혼이다.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이 나를 이롭게 하고,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 남을 이롭게 한다. 어떤 행위가 남을 이롭게 하지만 나에게 해가 된다면 정녕 선한 행위라 할 수 있는가? 선도 마찬가지로 “최선”의 문제다. 우리는 아주 쉽게 남 혹은 자신만 이롭게 하는 행위, 나아가서는 어느 누구도 이롭지 못 한 행위를 한다. 이는 최선이 아니다. 남과 나 모두를 이롭게 하는 행위가 최선의 선이다.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며 동시에 타인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이것이 선의 최선이다. 무지는 위선, 기만, 오만, 나태, 불신을 낳고 이 때문에 인간은 선에서 멀어진다. 선은 혼돈 속에서 질서로 균형을 맞추는 일이며 당연하게도 가장 어려운 선택지다. 균형은 더해서도 덜 해서도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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