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현상, 실패 시도와 실패 지속
우리의 뇌는 본능을 추구한다. 뇌 과학을 배우면 배울수록 자아로서의 나와 생물학적인 뇌를 구분하게 된다. 리처드 도킨슨이 “인간은 DNA 운반기계다.” 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뇌의 전기적 작용이 실제 세상에서 우리의 자아를 통해 행동으로 옮겨진다. 이 행동은 뇌에서 일어난 작용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구현되기 때문에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나를 보고 판단한다.
우리가 어떤 이성에게 끌리는 것은 유전적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DNA에 각인된 본능에 따른 감정이다. 하지만 우린 그걸 사랑이라 부른다. 리처드 도킨슨이 비판받고 혐오감이 가득한 이메일을 받는 이유는 단지 이걸 사람들에게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과 현상을 구분했을 뿐이다. 뇌 과학은 사실이고, 사랑은 현상이다. 우린 이 둘을 구분해야 한다.
뇌가 본능에 충실하다고 우리가 본능대로만 사는 게 아니다. 반대로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하여 본능을 완전히 거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과 현상이 독자적 영역을 가진다. 뇌 과학을 아는 것은 이런 면에서 큰 효용이 있다. 과학을 모르면 사실을 모른 채 현상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면서 의미부여 하는 것과 뭔지도 모른 채로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뇌가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고, 작동하는 지에 대한 사실을 아는 것이 나의 자아를 성장시키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현상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아니 어쩌면 이 사실을 모른채 현상만 바꾸려는 시도는 무모한 것일지도 모른다. 과거 사실이 관심사가 되기 전, 그러니까 전 근대적 시대에도 분명 현상을 바꾼 사람들이 있지만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의 축적을 통해 두루뭉술한 해석을 내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사실에 접근할 수 있다. 사실에 관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은 현상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다!
성장을 위한 사실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실패와 뇌”다. 뇌는 실패를 통해 성장한다는 것은 더이상 가설이 아닌 정설에 가깝다. 인지심리학에선 실패가 성공보다 4~8배 많은 학습량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뇌 과학 역시 실패를 겪은 뇌는 자연스레 성공의 방법을 모색하고 그 과정을 통해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두 가지 맹정이 있다. 첫 째 [실패 시도], 둘 째 [실패 지속]이다. 전자는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보호 방어기제 때문이다. 우리 뇌는 실패를 통해 배우지만 성공을 통해 보상받는다. 실패는 생존과 직결되기에 우리 뇌는 실패를 피하고자 한다. 이 방어기제는 여러 방면에서 발동된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땐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에 집중한다. 모르는 것에 봉착했을 때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함이다. 이는 독서를 통해 강화학습과 확증편향만 일어날 뿐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방해한다. 마찬가지로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뇌는 우리의 생각이 실현됐을 때 실패를 자동으로 계산해 그 스트레스를 미리보기로 보여준다. 우리는 귀찮음, 시간없음, 여건 안 됨 등 온갖 이유를 대며 현상을 바꾸는 데 실패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실이 중요하다. 귀찮음이 들 때,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이 들 때, 여러 조건을 따져가면서 망설일 때 뇌와 자아를 사실과 현상을 구분해보자. 그건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한 뇌의 작용일 뿐 실제로 그런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면 두렵지만 시도할 수 있다.
실패 지속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뇌의 작용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실패를 마주했을 때 큰 고통을 느낀다. 이 고통이 새로운 시도를 망설이게 하고, 꾸준함을 없애며, “이만하면 됐지”라 말하게 한다. 꾸준히 하면 성공한다. 하지만 이 실패를 지속할 수 있는 사람만 꾸준할 수 있다.
실패했을 때 의미부여가 중요하다. 우리 뇌는 어린아이 같아서 끊임없이 사탕을 요구한다. 지속적으로 뇌에게 보상을 주어야 한다. 공부를 할 때 끝내기 5~10분 전 오늘 분량을 복습하며 “오늘은 이러이러한 새로운 걸 알게됐네!”라는 감정을 느껴야 한다. 뇌는 보상받고 다음 공부를 기대한다. 실패했을 때 내가 못 한 부분을 보며 좌절하기 보단 내가 뭘 배웠는 가에 집중해야 한다. [앗싸 마인드]는 이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투썸에서 점장님께 지적받으면 ‘앗싸 오늘도 하나 배웠다.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한다. 실패 후 절망하여 포기하지만 않으면 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하는 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우리 뇌는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뇌는 생존에 필요한 정보만 취급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지식은 제거한다. 만약 우리가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고 뇌에서 그걸 처리했으면 미쳐버릴 게 분명하다. 망각은 신의 선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를 보호하는 뇌의 기능이 아이러니하게 우리의 성장을 막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뇌는 이기적이기에 내 자아에게 무엇이 필요한 정보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오로지 뇌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저장할 뿐이다. 여기서 생존에 필요한 정보란 우리가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는 정보다. 우리가 에너지를 소비하며 행동했다는 것은 뇌와 신체를 보존하는 데 필요하다는 의미이고 뇌는 그것을 기억한다.
그러므로 행동하지 않으면 지식이 되지 않지만 어디서 들어봤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안다고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지식은 사실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냥 한 번 들어본 지식일 뿐 내 지식이 아니다. 지식은 담기만 하면 실제로 쓸 일이 없기 때문에 금방 없어진다. 따라서 배웠다면 즉시 행동해야 한다. ‘적절한 상황이 나타나면 그 때 써야지’가 아니라 지금 당장 써야한다. 적절한 상황이 올 때 까지 기다린다면 우리는 기존에 뇌에 저장된 대로 행동할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작은 아이디어라도 일단 실천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그게 성공하든 실패하든 - 대부분 실패하겠지만 - 우리는 그것을 통해 지식을 저장하고, 배우고 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