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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쉬었으면 해

작성 2022.06.26분류 글주제 인간과 삶

얼마전 명동 성당에 갔다. 명동의 기운은 많이 죽었으나 명동성당의 위엄은 여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명동 성당 계단에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나는 그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녹색 첨탑부터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 아래로 붉은색 벽돌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마치 수백년 된 성당처럼 우아했는데 옥의 티가 있었다. 바로 시계다. 앤틱한 성당에 비해 탑 정중앙에 박힌 시계는 모던했다. 흰색 배경에 검정색 테두리와 침. 카시오시계를 박아놓은 것 같다. 나는 시계가 미관을 해친다고 말했다. 문득 시계 때문에 인간이 더 불행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사를 짓던 시대엔 시계가 필요없었다. 해가 뜨면 논과 밭으로 나가고, 해가 지면 들어왔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힘들면 쉬었다. 50분 일하고 10분 쉰다는 개념은 없었다. 시계가 없으니 10분 20분 늦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1~2시간 늦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도시에 시계탑이 생기며 공장이 들어섰다. 실내에서 일하니 일출, 일몰과 관계없이 일할 수 있었다. 해가 뜨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에는 공장으로 출근해야 한다. 해가 져도 정해진 시간까진 일해야 한다. 1분 1초가 귀중해졌다. 시간은 금이다. 금은 욕망을 부른다. 시간을 욕망을 대표한다.

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고부터 우리 삶이 더 각박해지고 여유가 없어졌다. 유발 하라리는 농경이 시작되고 인간은 더 장시간의 노동이 필요하고, 더 많은 질병이 생겼으며, 더 불행해졌다고 주장한다. (물론 요즘에는 농경과 집단생활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농경으로 비축된 생산량은 인류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지만, 종의 번성이 곧 개체의 삶의 질과 비례하진 않는다. 시간의 측정으로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고 전례없는 풍요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것은 개체의 행복과는 무관하다. 인류가 닭을 먹으면서 닭의 수가 말도 안되게 증가했지만 닭장 속 닭이 행복해 보이는가?

단순히 시간을 측정하는 것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측정한 시간을 인간이 어떻게 대하는 가의 문제다. 우리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눴다. 1시간을 다시 60분 1분을 다시 60초로 나누었다. 우린 초단위로 생활한다. 정해진 24시간을 꽉 채워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는 정해진 일을 해야한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24시간은 그냥 임의로 정해놓은 규칙에 불과한데 무언가가 “정해져”있다는 것이. 그렇다 우리는 시간을 나누기만 한게 아니라 그 시간에는 꼭 뭔가를 해야 한다고 정했다.

6시엔 기상해야 한다. 12시엔 밥을 먹고, 저녁 6시까진 일 해야 한다. 12시 전에는 잠에 든다. 마치 원래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 시간의 개념은 우리 마음속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어릴 적 이미 체화됐기 떄문이다. 우리 모두 시간에 맞춰 등교하고 시간에 맞춰 수업하고 시간에 맞춰 쉬는시간을 가졌다. 시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항상 시계를 확인한다. 지금은 뭘 할 시간이다. 지금은 뭘 할 시간이 아니다.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시간이 없다. 등등 그놈의 시간 시간 시간..

KTX가 생기기전 무궁화호와 새마을호만 존재할 떄 서울에서 부산까진 6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2시간 30분이면 간다. 그러면 우리는 남은 3시간 30분동안 쉬는가? 3시간 30분동안 다른 일을 해야한다. 우리는 한 순간도 쉴 수 없다. 시간은 금이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 능력의 향상, 자본의 증가로 수행 시간이 단축됐다. 그러나 그만큼 과업의 양은 증가한다. 시간과 시간 사이는 새로운 과업으로 채워진다. 오히려 더 여유가 없어졌다.

하루만 그런 건 아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모든 게 정해져 있다. 언제부터 언제까진 초중고, 몇살엔 취업을 하고, 몇 살엔 결혼을 하고, 몇 살엔 퇴직을 하고.. 여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내가 바뀌리라. 나는 시간을 거부하고 싶다. 물론 소극적인 반항이지만. 나는 시간과 시간 사이를 만족으로, 여유로 채울 것이다. 시간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다. 돈처럼 시간도 무의지 하다. 시간은 어떠한 선의지도 악의지도 없다. 시간이 우릴 괴롭히는 게 아니라. 시계를 보는 우리가 우리를 괴롭힌다. 24시간에 정해진 일정은 없다. 내가 일정을 만들어서 생활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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