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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까진 살아야지

작성 2022.04.29분류 글주제 인간과 삶

“이 모든 걸 깨우친 선대의 수많은 천재들이 자살하지 않고 그럼에도 삶을 살라고 말하는 이유를 생각해봐.“

어쩌면 자살이 정말 유일한 답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창가에 앉아 높은 아파트 끝 단을 바라보며 저기서 뛰어내린다면 그게 진짜 해방으로 가는 길일까? 고민해봤다. 물론 나는 아파트에 올라가지도, 뛰어내리지도 않을 거다. 나는 남들이 보는 것만큼 위태롭고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 이것보다 훨씬 비극적이고 암울한 상황은 많았다. 시간이 지나보니 나는 결국 이겨냈고 지금까지 잘 해왔다. 지금 상황도 물론 상당히 비극적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그땐 그랬지 하면 보란듯이 잘 이겨낼 것이 분명하다. 난 여태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나에대한 경험치는 쌓을 만큼 쌓았다. 귀납적으로 판단하건데 난 분명 이겨낸다.

슬빈이가 저 말을 했을 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렇게 단기간안에 어둠을 몰아내도 되나 싶었다. 비련의 주인공은 몇 날 며칠을 시름시름 앓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죽어간 후 한줄기 희망을 본 뒤에 삶을 살아간다. 근데 나는 단 하루만에 다시 평온해졌다. 아니 반대로 혼란스러워졌다. 기분 좋은 혼란이다. 전에는 오히려 너무 평온했다. 안정제를 맞은 사람처럼 누워있었다. 코가 부러졌을 때 병원에서는 하루 종일 진통제를 먹으며 눈만 뜬 시체로 살았다. 그때처럼 바닥을 유영했다.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온 몸에 혈류가 돈다. 식욕이 다시 돋기 시작했다.

잠을 잘 못 자거나, 갑자기 깬다거나, 가끔 심장이 미친듯이 빨리 뛰고 숨이 안 쉬어진다. 난 피곤하면 모두가 그런 줄 알았다. 친구에게 잠을 그렇게 안자는데도 심장이 안 아픈지 물어봤다. 물어보니 그런 증상을 없다고 한다. 충격이었다. 나만 그런건가? 뭐 심각한 건 아니니 여태 잘 살아왔지만 나이가 들어 노쇠하면 심장마비가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죽음은 생각보다 내 근처에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 엄마는 심장질환이 있다. 고등학생일적 사촌 누나의 결혼식날 갑자기 쓰러진 엄마와 함께 구급차에 탔다. 엄마가 진짜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눈물도 안 났다. 어쩌면 내가 죽을 때도 눈물은 안 날 것 같다.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던 엄마의 모습이 선명하다. 나는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때 내 머리 속에는 ‘엄마가 죽으면 난 어떡하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국토대장정을 할 때도 죽음을 생각했다. 길을 걷다 더위를 먹어 쓰러질 뻔했고, 배가 너무 아파서 CT도 찍었다. 나에게 난 수없이 많은 죽음을 전달했다. ‘죽으면 다 끝인데 뭐하러 아둥바둥 살아?’ 해사를 나왔다. 애석하게도 난 아직 살아있다. 적어도 앞으로도 계속 살 것이다. “40까진 살아야지.” 난 지금 24이다. 16년 동안 뭘 하지? 글을 써야하나? 죽기전에 뭐라도 남기는 게 좋겠지? 40, 어쩌면 60, 70, 80까지 살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동안 뭘 하지? 뭘 보고 달려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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