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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역사

작성 2022.04.15분류 글주제 개인과 성장

글을 쓰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회고해 보는 경험이 많아지는 것 같다. 우리 프로젝트의 순기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하기에 표현되지 않으면 무의미하게 산재되고 만다.

“생각은 무질서하고 불규칙적으로 떠오른다. 암만 고민해봐도 해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음은 그 때문이다. 따라서 생각을 하나 씩 글로 정리하다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또한 이런저런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다 보니 흩어져 없어져 버리는 사상이 많다. 내 사상을 정리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약 1년 전 내가 기록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적은 글이다. 나는 원래 기록을 잘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다닐 적 반강제적으로 일기를 매일 작성했는데, 집에 수많은 일기장이 아직도 남아있다. 가끔 그 흔적들을 보면 순수하고 귀엽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라 흐믓해진다. 그 후로는 딱히 내 감정과 생각을 기록한 일이 없다가, 사관학교 보텀 시절 수양록을 모티브로 그날 그날의 각오와 다짐을 적기 시작했다. 당연히 열정은 금방 사그라들었고 2~3개월이 지나자 그마저도 그만두게 된다.

본격적으로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한 것은 연안실습 당시 1학년 때 내가 썼던 기록을 다시 보게 되면서다. 1학년 때 내가 되고 싶었던 선배생도의 모습이나, 나 스스로를 지금과 비교해 봤을 때 꽤나 많은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의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보는 것이 나에게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고, 다시 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뒤로 매일은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일기를 작성한다. 첫 일기장을 끝냈을 때가 기억난다. 순항훈련 소양함 내 침대에서 일기를 다시 읽어봤다. 난 끊임없이 내 이상향을 설정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실현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습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일기를 다 작성하는 데 약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1년 동안 내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걸 느꼈다. 내가 되고 싶었던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나는 가슴이 뛰었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지는 내가 얼마나 원하고 노력하느냐에 달렸구나. 너무나 쉽게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이었다.

기록의 중요성을 실감한 나는 다른 시스템을 만들었다. Meinung(마이눙)은 독일어로 생각이라는 뜻이다. 나는 Meinung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하루에 내가 하는 수많은 생각 중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것들이 뭉쳐졌다 이내 파편처럼 쪼개져 사라지는 것들을 목격했다. Meinung 프로젝트는 그 덩어리들이 쪼개지기 전에 글이라는 형태로 영원성을 부여하는 작업이었다. 이젠 내 감정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내 사상을 확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1년여 지난 지금은 쓴 글이 3000개가 넘었다. 이젠 데이터가 너무 많아지다 보니 정리와 분류가 안 되어 갈 지경이다. Meinung에 쓴 글들은 내 철학을 정립하고, 확고한 사상을 갖는 것에 큰 기여를 했다. 지금의 나는 이 시스템을 만들기 전에 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이제는 거기서 더 진보된 시스템을 만들었다. 짤막한 문장에 조합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에 구체성과 명료함을 더하는 작업이다. 이 시스템에 추가 된 점은 동기부여와 피드백이다. 다른 사람과 같이 글을 쓰니 동기부여가 되고, 그 사람의 의견과 내 의견에 대한 견해를 들을 수 있으니 피드백까지 이루어진다. 이 과정이 나를 얼마나 먼 곳으로 데려다 줄 지 생각하면 너무 짜릿하고 흥분된다. 슬빈이도 나와 같은 생각일까?

나의 기록의 역사는 감정/생각 → 문장 → 글의 단계를 거치며 발전했다. 나는 어떠한 것이 갖는 이름과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의 힘이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명료하고 직관적인 상징이 주어질 때, 더 효과적으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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