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세상을 7일에 걸쳐 창조했다.
신은 세상을 7일에 걸쳐 창조했다. 신은 처음에 빛과 어듬을 가르고 낮과 밤을 만들었다. 첫날이 지났다. 다음날 신이 말했다. "물 한가운데 궁창이 생겨, 물과 물 사이를 갈라놓아라." 이렇게 하늘이 생겼다. 이튿날이 지났다. 날이 밝자 신은 "하늘 아래에 있는 물은 한곳으로 모여, 물이 드러나라."고 명했고 그대로 되었다. 땅과 바다가 나타났다. 그렇게 신은 하루에 하나씩 세상을 창조했고, 마지막으로 인간을 창조하며 엿샛날이 흘러갔다.
창세기 1장의 내용이다. 1장을 보면 신이 빛과 어둠부터 인간을 창조하기까지 총 6일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우리는 총 7일에 걸쳐 만들어졌다고 알고있는데 어떻게 된 걸까? 이어지는 창세기 2장에 그 답이 나온다.
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 그분께서는 하시던 일을 모두 마치시고 이렛날에 쉬셨다. 창세기 2장 2절
신은 마지막 7일을 휴식을 위해 사용했다.
신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았다. 빈둥거리며 유튜브를 보지도 않았고, 늦잠을 자서 늦은 점심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일이 너무 고되서 중간에 세상을 빗는 일을 중단했다면 노트북 앞에 글을 쓰는 나는 없을 것이다. 창세기 1장과 1장은 나에게 많은 걸 시사해준다. 나만의 세상을 창조하는 일에서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고 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 말이다.
작심삼일, 용두사미, 의지박약
나의 지난 인생에서 유독 지독하게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놈들이다. 시작은 언제나 이상으로 가득차 창대하다. 이루고 싶은 게 많으니 자연스레 해야할 것도 넘쳐난다. 시작하기 전 계획을 짤 때가 앞으로의 여정의 가장 신나는 부분이다. 열정은 진행도와 반비례로 작동하는걸까? '오늘은 낮과 밤, 하늘까지 만들자. 아냐 왠지 오늘 땅과 바다까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열심히 플랜을 짜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첫 날. 현실은 땅과 바다는 커녕 낮도 제대로 못 만들었다.
둘째 날에도 낮을 만드는 잡업에 매진한다. 어찌어찌 가까스로 낮을 만들고 들어선 셋째 날. 하기 싫다. 이걸 왜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다. 다시 핸드폰을 켜 '이 것만 보고 해야지'를 마음 먹는다, 그렇게 넷째 날, 내가 뭘 해야하는 지도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창조되지 못 한 세상이 너무나도 많다. 그나마 다행인건 인간을 만드는 여섯번째 날까진 안 갔으니 창조되지 못 했다고 아쉬워할 생명체도 없다는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세상에 정보가 넘쳐나는 인터넷 시대에 마음만 먹으면 고수들의 비법을 보고 얼마든지 벤치마킹 할 수 있다. 창조계의 가장 큰 손은 역시 모든 걸 만드신 하느님. 그가 어떻게 했는지 보고 따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장 위대한 생각이란 가장 단순한 법이라는 윌리엄 골딩의 말처럼 그의 비결은 지극히 단순했다. 신이 포기하지 않고 세상을 끝까지 창조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두가지로 요약된다.
1. 하루에 한 가지 일만 했다.
2.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반드시 휴식을 취했다.
과업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완벽주의 성향을 지닌다. 그들은 이상주의와 무위를 구분하지 못 한다. 너무 잘 하고 싶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 지나친 것인지, 아니면 예상만큼 좋지 못할 결과가 두려운 것인지, 꼭 하루에 모든 일을 완수해야 할 것 같고, 실수와 실패 없이 척척 잘 해내야 할 것 같다. 나역시 그랬다.
하지만 가장 느려보이는 길이 때로는 가장 빠른길인 것이 인생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걸어서 국토대장정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첫날 루트가 서울에서 수원이였다. 하루에 30키로 이상을 걷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고 고단한 일이었다. 그렇게 해가 밝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덜컥 겁이 났다. '하루만 가도 이렇게 힘든데 도대체 어느 세월에 도착하지?' 그 당시에는 이미 주변인에게 국토대장정을 할 거라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녀서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이악물고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무너질 것 같이 위태로웠지만, 어느새 창원에서 부산으로 넘어가는 다리를 걷고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주 미미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한 걸음이지만 이게 쌓이고 쌓이면 결국 도착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바라보아야 할 건 결승점이 아니라 지금 내가 어디로 발을 내딛어야 하는 지이다. 그렇게 하나씩, 불안하지만 한 걸음씩 매일 매일 걷다보면 포기하지 않은 나를 만날 것이다.
운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휴식이 운동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근성장은 운동을 함으로써 손상된 근세포가 회복하면서 발생한다. 운동만 주구장창 한다고 근육이 무한정으로 커지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적절한 휴식기간을 두는 사람이 매일매일 쉬지않고 운동한 사람보다 근성장이 더 효과적으로 일어났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오늘은 열심히 운동했으니 내일은 나에게 주는 선물로 휴식을 갖자.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에, 항상 냉철하게 행동할 수 없다. 심지어 AI를 만드는 알고리즘 조차 올바른 행동을 했을 때 보상이 주어짐으로써 강화학습을 하도록 설계된다. 나를 더 채찍질하고 나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큰 착각이다. 나 스스로에 대한 보상이 없다면 지속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다.
다시 국토대장정 이야기로 돌아가면, 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기전 항상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샀다. 지친 하루를 이끌고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캔이 너무나 감사했다. 날마다 주어지는 4000원짜리 보상이 다음날 나를 걷게 만들었다. 난 나 스스로에게 적절히 보상을 주고있는지 고민해보자.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