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연구소 21. 그릇과 내용물, 우선순위 설정
여기 한 문장이 있다.
“창의성은 적절한 제약 하에서 힘을 발휘한다.”
문장은 그릇이다. 사실 문장은 그 자체로 어떤 의미를 담기 어렵다. 창의성엔 제약이 필요하다는 문장을 통해 어떤 의미를 창출해낼 수 있을까? 쉽게 말해 그 문장을 알았다고 해서 어떤 제약을 만들어 창의성을 불태울 수 있냐는 말이다. 문장은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지만 그 자체로 행동에 변화를 주기엔 불완전하다. 문장은 간접 경험이다. 문장을 통해 우리는 그런 것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리는 모르는 걸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효과적인 루트는 간접 경험으로 존재를 알고, 직접 경험으로 깨닫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장은 그릇이다. 그릇 없이는 내용물을 담을 수 없다. 반대로 내용물 없이 그릇은 의미가 없다. 그릇만 가지고서 식사를 준비할 수 없다. 문장은 소유의 만족감을 주지만 역으로 독이 되기도 한다. 문장을 소유함으로써 스스로 충만해졌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문장 자체로 행동의 변화를 이뤄내긴 어렵다.
나도 그릇을 모으는 일에 심취했던 때가 있다. 물론 그릇은 중요하다. 그릇은 내용물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릇의 목적은 내용물을 담는 것에 있다. 소유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그릇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면 그릇과 내용물의 본질 따위는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최근에서야 나는 “어떻게”에 주목하게 됐다. 실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내가 모았던 그릇들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문장들은 구체적으로 지금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 알려주지 않았다.
제약이 창의성을 폭발시킨다는 문장을 알고 나는 창의성을 불태울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렇지 않음을 금방 깨닫게 된다. 이 문장은 도대체 무슨 제약을 어떻게 주라는 건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러한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그 다음 단계, 그러니까 내용물을 내가 알아서 채워야 한다. 직접 경험 후에 깨달은 점을 토대로 간접 경험을 불러와 “아하” 모멘트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제약의 방법으로 [우선순위 설정]이 있음을 알게 됐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건 제약이 될 수 있다.무언가를 해야 할 때 우선순위가 없으면 모든 것들이 공통의 순서를 갖는다. 모두가 1순위가 되면, 아무 것도 1순위가 아니게 된다. 그리고 그것들이 머릿속에 뒤엉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공회전 하게 된다.
만약 “방학 때 뭐하지”라는 주제로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할 때 우선순위를 설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 제약을 주면 상황은 달라진다.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등을 적어놓고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1순위가 영어 공부라면 이제 그것만 집중하면 된다.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은? 학원, 인강, 스터디, 독학, 외국인 친구 사귀기 등등 여러 가지가 있다. 만약 그냥 백지에서 방학 때 뭐하지를 생각할 때 영어 스터디를 떠올리기는 꽤나 어렵다. 방학 때 할 수 있는 일들이 무수한 가능성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제약이 창의성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알았고, 우선순위 설정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그릇에 불과했다. 그 두 가지를 안다고 내가 제약을 주지도, 우선순위를 설정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내용물을 채우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진다. “창의성을 위해 제약이 필요하고, 제약을 위해선 우선순위 설정이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우선순위 설정을 먼저 해야겠다.” 내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생긴다.
성장의 관점을 그릇과 내용물로 분리한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간접 경험과 직접 경험 메커니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