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지 마라
나는 줄곧 다른 사람들을 설득 시키는 데 매진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주장을 관철 시키고, 토론하고, 보여주고, 증명해서, 인정받으려 했다. 그래서 내가 의도한 대로 상대가 내 말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 답답했다.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왜 설득되지 않는 건지 의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는 컨텐츠를 만드는 일을 일종의 “설득”이라고 정의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게 있고, 그것을 컨텐츠로 보여주어 사람들을 설득해 인기를 얻는 것. 그게 내가 하려고 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컨텐츠에 관한 약간 다른 견해가 떠올랐다. 컨텐츠와 설득을 별개로 보는 것이다. 나는 컨텐츠는 반드시 설득적인 무언가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인을 설득할 수 없는 컨텐츠는 실패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기도 했고, 내가 컨텐츠를 보는 시각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다른 사람들을 얼마나 설득시켰는지 생각해봤다.
적었다. 매우 적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내 뜻대로 설득시킨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냥 말과 생각뿐인 대화에서도 주변인들을 설득하지 못했는데, 생판 모르는 대중들을 그것도 경제적으로 설득시킬 수 있을까? 어쩌면 누군가를 설득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의미했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금 협상이나, 영업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건 단지 나의 삶의 방식에 대해, 내가 만드려는 컨텐츠에 대한 것이다.
설득하지 마라
사람들은 대체로 설득 당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 내가 강력하게 설득하려 할 수록 오히려 그것에 대해 반발심을 가지고 설득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설령 설득하려는 내용이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더라도 말이다. 사람들은 “내 얘기 좀 들어봐.”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제발 좀 듣지마.”라고 하는 사람의 말은 기를 쓰고 들으려 한다.
설득적 태도는 내 행동에 깊게 관여한다. 나의 컨텐츠가 반드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믿으니 내 마음대로 만들 수가 없다. 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내가 생각하기에 대중적인 주제로 “설득력 있는” 컨텐츠를 만드려 한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설령 그게 싱크가 맞았어도 진부한 컨텐츠가 되기 쉽다.
어쩌면 요즘 세상에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대중적인 것일 수 있다. 사람들은 각 개인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건 설득 같은 게 아니다. 그저 동조하는 것이다.
이 감성 모르면 나가라
요즘 유행하는 밈이다. 이 시대에 트렌드를 잘 반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를 설득할 마음이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다. 그리고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많으니 싫으면 나가라.” 컨텐츠는 그냥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 사람들의 입맛이 뭔지도 모르면서 입맛을 맞추려고 하다간 그저 그런 컨텐츠가 될 것이다.
설득하지 말자.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다보면 그 감성을 아는 사람들이 알아서 모일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은 다양한 것들을 좋아하며, 언제나 내 예상 밖일 것이다. 내 곤조대로 원하는 걸 묵묵히 만드는 게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