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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논법

작성 2024.02.01분류 글주제 사회와 시장

말과 글은 단순해야 한다. 그것의 전달력이나 신뢰성, 짜임새, 가독성 등을 제외하고서도 단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나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다. 만약 내가 나의 주장을 말하고 싶고, 쓰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현상이 있다. 바로 허수아비 논법이다.

허수아비 논법이란 상대방의 논점을 곡해하는 논증적 오류다. 선거전이나 선동적인 대중연설에서 많이 쓰이는 고전적인 논쟁술이 바로 허수아비 논법이다. 상대방의 주장을 약점이 많은 주장으로 슬쩍 바꿔놓은 다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어 패퇴시키는 것이다. 그러고는 흡사 상대방의 주장이 무너진 것처럼 기정사실화한다.

허수아비 논법은 여론의 선동이나 정치적 공작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는 게 아니라 맞춤법이나 특정 단어의 개념을 가지고 물고 늘어진다거나, 주장의 본질이 아닌 부수적인 논리를 집요하게 공격하며 “그건 알겠는데 이건 ~아냐?”라는 식으로 대화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주장하면 상대는 그 주장의 본질이 아니라 이상한 포인트에 꽂혀서 대화를 변질시킬 때가 있었다. 혹은 내가 말한 바를 애매하게 연관된 주장으로 왜곡해서 원숭이 엉덩이 식 대화로 이끌었다. 그럴때면 나는 왠지 모르게 불쾌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내가 말한 건 그게 아니었는데, 대화가 왜 이렇게 된거지?” 나는 이 대화의 구체적인 문제를 알 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은 허수아비 논법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말과 글이 많아 중언부언 되기 일수였는데, 그러다 보면 핵심주장과 더불어 세세한 부수적인 주장들이 덧붙여졌다. 그럼 상대는 그런 부수적인 주장 한 두개에 집중해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허수아비 논법은 이것을 주의하는 사람들이 아니고서야 자신이 주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 것이다. 그것이 원숭이 엉덩이처럼 애매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말과 글이 길어질수록 상대가 왜곡할 수 있는 주장이 늘어나고 상대에게 허수아비를 세울 수 있는 더 많은 땅을 주는 셈이다.

허수아비 논법을 상대하는 건 아주 피곤하다. 상대가 왜곡한 나의 주장에 대응하는 것조차 상대의 속셈에 말려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토론을 보면 선동의 목적으로 곡해된 질문을 하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면 상대는 그냥 아니라고 하면 되는 걸 굳이 “노코멘트”로 대답한다. 그 이유는 그것에 대답하는 것 자체가 상대의 질문을 인정하고, 대화의 흐름을 그쪽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허수아비 논법에 일일이 대응해선 안 된다. 상대가 허수아비를 세우려 한다면 그것을 파훼하기 위해 기존 내 주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결론은 허수아비 논법을 대비하기 위해 단순함을 지키고, 상대에 허수아비에 대응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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