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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노트를 보고 든 생각

작성 2023.10.20분류 글주제 예술과 철학

데스노트는 사신의 노트를 주은 키라(라이토)와 천재 수사관 L의 숨막히는 두뇌싸움을 그린 수작이다. 여담으로 희대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데스노트는 그림은 형편없지만 스토리는 엄청난 작가와 스토리는 별로지만 그림은 뛰어난 작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작품 감상을 위해 유튜브에서 데스노트 요약본을 보았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등장인물 간의 숨막히는 심리전, 무엇이 진정한 정의냐를 다루는 철학적인 주제, 촘촘한 스토리라인 등이 눈에 띄었다. 법이 처단하지 못한 범죄자를 사신의 노트로 살해하는 키라는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더욱이 작품 속에선 키라의 활동으로 범죄율이 급감했고, 그를 찬양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피해자들의 입장에선 그의 행동이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법의 입장에서 그는 범죄자다. 경찰 간부인 라이토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키라라는 걸 모른 채 키라를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결과로 데스노트를 사용하기도 했고, 사신의 눈을 계약해 자신의 수명이 절반으로 줄었으며 결국 사망한다. 그렇다면 그는 정의인가? 공권력이라는 이름 하에선 사신의 노트 사용이 합리화될 수 있는 걸까?

키라는 자신이 곧 정의라고 말하며 범죄자들을 처단한다. 하지만 L은 그런 키라의 행동이 신의 힘을 통해 사회에서 우월한 존재로 거듭나려 하는 자의식 과잉에서 비롯한 생각이라는 것을 간파한다. 자 그의 동기가 이런 이기적인 욕망이라면 (그것도 다소 악해보이는) 이제 그의 행동의 가치판단은 달라질 수 있는가?

나의 가장 큰 궁금증은 다음과 같다. “기억을 잃은 범죄자를 처벌해도 되는가?” 데스노트의 조건 중 노트의 소유권을 양도하면 노트에 대한 기억을 전부 잃게된다. 라이토는 키라로 몰려 감금된 채 조사를 받겠다 자원했다. 그는 갇힌 후 노트의 소유권을 포기했고 기억을 잃어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는 노트의 존재는 커녕 자기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한마디로 그는 더이상 키라가 아니었다.

만약 흉악범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다중 인격이라거나, 그 전에 기억을 전부 잃었다면 그를 처벌해도 될까?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가해자 응징이라는 관점이라면 그를 처벌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소 비약이지만) 대중들, 혹은 피해자가 그렇게 믿는다면 똑같이 생긴 전혀 다른 사람을 본보기로 처벌해도 된다는 의미일까? 왜냐하면 기억을 잃은 사람과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은 개념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은 둘 다 본인만 알고 있다. 다만 사람들이 그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여학생 3명을 살해한 빌리 밀리건은 다중인격을 인정받아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엇이 옳은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인간의 법과 철학에는 아직 큰 구멍이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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