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쉬어라
군대에 있는 동안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했었다. 하루에 단백질을 130g 가량 먹으면서 몸무게를 70kg까지 찌웠다. 벤치프레스 105kg 2개를 들며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걸 느끼기도 했다. 몸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나름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리고 휴가를 나왔고 헬스장에 가는 날은 손에 꼽았다. 매일 술을 마시고 놀며 일종의 휴식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려 했을 때, 충분히 쉬었으니 최고도의 컨디션과 퍼포먼스를 낼 수 있었을까? 전혀 아니다. 벤치프레스 60kg도 힘겹게 들었다. 몇 달 전만해도 3km 11분대는 가뿐히 찍었지만 지금은 러닝머신 속도 9로 10분만 뛰어도 힘들다.
몸의 근육은 2주만 쉬어도 50%가 빠진다. 물론 머슬메모리가 있기에 금방 다시 돌아올 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 무엇보다 그간 노력이 배신당한 기분 그리고 이리저리 떠도는 의지들과 싸워야 하기에 정신적 내상이 상당하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신생아로서 휴식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식은 정말 좋은 것일까?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시즌에는 미래와 마인드 세팅에 대해 머리가 명쾌해진다. 나아지고 싶다는 동기부여와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마구 떠오른다. 문학을 읽을 때는 문학적 영감이 머리를 스치고, 낭만적인 삶을 꿈꾼다. 마케팅 서적같은 실용서를 읽을 때는 또 그에 맞추어 두뇌회전이 활발해진다. 글을 자주 쓸 때는 날카롭고, 신박한 문장들이 쉽게 써진다. 이런 현상은 마치 입력값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갈아끼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문제는 모드가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전에 총명함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운동을 쉬면 운동이 어렵다. 글쓰기를 멈췄더니 이런 간단한 문장도 어렵다. 며칠 간 놀았더니 책상 앞에 앉는 것이 힘들다.
이를 통해 살펴본 뇌의 특징은 가변성과 관성이다. 뇌의 가소성이 있다는 것은 익히 들었을 것이다. 가소성이란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영구적 변형을 의미하는 물질의 특성이다. 하지만 이 가소성은 독특하게 작용하기에 오해하기 쉽다. 내가 운동을 많이 한다면 관련된 뉴런과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영구적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영구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늘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지하철은 다니지 않아도 터널은 그대로 있는 것처럼 네트워크는 유지되고 있지만 활성화되고 있진 않을 수 있다.
때문에 가변성과 관성을 이해해야 한다. 가변성은 뇌의 모든 네트워크가 동시다발적으로 활성화되긴 어려움을 뜻한다. 자극과 입력값에 따라 활성화되는 네트워크는 수시로 변한다. 이 때문에 뇌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지만 멀티태스킹이 어렵다. 또한 사고의 관성이 있기 때문에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뇌의 관성은 이리저리 전환할 때가 아니라 한 가지를 깊게 사고할 때 훨씬 효과적이고 심층적 사고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여기서 휴식의 의미가 달라진다. 휴식은 뇌의 모드를 휴식으로 바꾸고, 휴식 네트워크를 활성화 시킨다. 이게 너무나도 쉬운 이유는 현대사회에는 핸드폰과 같은 자극적이고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장치들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얼마간 휴식 후 다시 펜을 잡는다면 다시 모드를 갈아 끼우기 위한 막대한 전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휴식은 10분, 20분 간 짧은 휴식이나, 1주일 운동 루틴 중 하루, 이틀을 쉬는 휴식이 아니라 루틴에서 벗어난 장기간 휴식, 휴가 등을 말한다.)
성과를 내고 최고도의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싶다면 쉬지마라. 항상 머리를 원하는 네트워크 상태로 유지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