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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은 면역이다.

작성 2022.10.25분류 글주제 인간과 삶

넷플릭스의 [러브, 로봇+데스]라는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지에서 [스웜]이라는 에피소드를 보았다. 먼 미래 인류는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로 나섰고 한 박사가 스웜이라는 종족을 발견했다. 스웜은 원시적이고 단순한 생명체로 마치 개미나 벌처럼 여왕을 중심으로 무리를 지으며 페르몬에 의해 움직였다. 박사는 인류를 중요시 하는 사람으로, 스웜을 이용해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렇게 스웜의 행성에서 연구를 한 뒤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오던 어느날 스웜 무리가 박사를 공격했고, 그를 어디론가 끌고 갔다.

그곳에는 뇌의 모습을 한 기괴한 거대 생명체가 있었고 박사에게 말을 걸었다. 스웜은 아주 오래전부터 생존해왔는데 그 비결은 그들이 멍청하고 단순하기 때문이다. 역사 속 스웜을 위협한 경쟁자들은 아주 많았고, 그들은 모두 발전된 과학과 기술로 스웜을 지배하려 했다. 그럴수록 그 뇌는 교모하게 경쟁자들을 더 똑똑하게 만든 뒤 그들이 스스로 자멸하게끔 만들어 생존했다.


아는 것은 진정으로 우릴 행복하게 만드는가? 내 생각엔 아니다. 앎은 우리를 불행하게 만든다. 알면 알 수록 불안하고 걱정할 거리가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긍정적인 생각보다 4배 이상 잘 들고, 우리는 쉽게 불안에 빠진다.

불안은 면역반응과 같다. 불안의 원인은 과인반응과 과잉대처에 있다. 청결에 대한 인식이 없을 때는 창틀에 먼지가 쌓여도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알게 된 뒤로는 창틀을 더러워서 내버려 둘 수 없다. 인간은 창틀의 먼지에 과잉반응하게 된다. 창틀에 조그만 먼지라도 쌓이는 걸 용납할 수 없기에 창틀은 깨끗히 닦는다. 인간은 만족해한다. 이게 행복이구나 싶다.

하지만 내일이 되면 다시 먼지가 쌓인다. 분명 어제 닦았는데 오늘도 닦아야 한다. 먼지는 계속 쌓이기 마련이다. 인간은 창틀 뿐만 아니라 TV위, 선반, 냉장고 위 등 모든 수평면에 먼지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인간은 매일 수평면 먼지제거만 반복한다. 인간은 과잉된 반응에 과잉으로 대처하게 된다.

어릴 적 땅콩을 접하게 한 아이들과 절대로 땅콩 근처에도 못 가게 한 아이들을 비교한 결과 접한 아이들은 땅콩 알러지가 3%에 불과했지만, 땅콩을 접하지 못 한 아이들은 무려 17%가 땅콩 알러지를 얻었다. 땅콩에 대한 과잉반응이 알러지라는 과잉대처를 낳았다.

우리의 불안이라는 것도 대개 이런 식이다.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노력하고, 더 신경쓸수록 기대와 기준치는 올라가고 역치는 낮아진다. 땅콩을 접하지 못하게 노력하고 신경써서 땅콩 알러지를 얻었다. 50년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들이 지금은 살을 찢듯이 아프다. 삶에는 고통이 끊임없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저 지금 감각이 트여 좀 더 많이 느낄 뿐이다.

우리가 더 많이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상이 우리에게 더 많이 알게 한다. 우리가 불안해 해야 할 것들은 계속해서 알려준다.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나이에 맞게 행동해야 하며, 정해진 수순을 따라야 한다. 신경끄고 무시하기가 힘들다. 적절하게 땅콩도 먹고, 흙도 먹고, 자연스럽게 살아야 건강해진다. 하지만 우리의 세상은 어떤가, 놀이터에서 흙을 치워버렸다. 아이들은 기강이 잡히지 못하고 연약해진다.


노시보 효과는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로 실제로는 해롭지 않은 것인데 해롭다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진짜로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일례로 냉동창고에 갇혀 얼어죽은 남성을 조사해보니 냉동창고는 고장나서 냉동이 되지 않고 있었다. 얼어 죽을 것이란 믿음이 그를 얼어죽게 만들었다.

불안도 똑같다. 실제로 같은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아닌 사람들에 비해 건강이 좋아졌다. 이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고, 내게 치명적이라 믿으면 독이 된다.

이미 알게 된 이상 돌이킬 수는 없다. 가만히 냅두면 우리는 영원한 불안속으로 빨려들어갈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대책을 세우는 편이 낫다. 답은 역시 가벼움이다. 해로운 것은 해로운 대로, 이로운 것은 이로운 대로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순리를 거스르려 하지 말자. 인간은 어차피 괴롭고, 고통받고, 불안하다. 감정은 일시적이고 행복은 금새 찾아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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